1. 신대륙을 발견하기 위한 의욕(이라기보다는 사실 일신의 영달을 위한 사욕이지만 어쨌든)으로 스페인 여왕의 지원을 받아 결과를 알 수 없는 항해를 하여 아메리카의 조그만 부속섬인 바하마 제도에 도착한 콜롬부스.


하지만, 그곳엔 이미 그 섬과 그 땅의 주인인 인디오들이 있었다.


게다가 배가 부서져 섬에 남겨진 40명의 선원들은 원주민의 저항으로 전멸해 버렸다.


2. 첫 항해를 마치고 스페인으로 복귀하면서 신대륙에서 유럽으로 가져간 금이 센세이션을 일으키고 2차 항해 때 금을 캐기 위해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갔다.


하지만, 금 산출량은 형편없었다.


IMG_20120118_134827.jpg


호래기 낚시가 생활 낚시의 대명사가 되면서 좋은 점도 있지만 나빠진 것도 적지 않다.


칼싸움을 싫어하는 나 같은 사람에게는 더 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몇 년 전부터 신대륙을 발견하기 위해 몇 개의 섬을 다녀보았지만 결과는 별무 소득.


호래기의 메카인 한산도에서 마주 보이는 섬인 용초도를 2년 전부터 생각하고 있었지만 차가 들어갈 수 없는 섬이니 마음만 두고 있다가 이번 겨울에는 꼭 탐색을 해 보아야겠다는 생각에 기회를 엿보고 있던 차 마침 휘자님의 연락을 받고 함께 동행을 하게 되었다.


IMG_20120118_135112.jpg


용초도가 최종 기항지인 섬누리호는 통영 여객 터미널에서 출발하여 화도, 좌도, 죽도, 용초도를 돌게 되는데 실질적인 중간 기착지는 화도, 비산, 서좌, 동좌, 진두, 죽도, 호두의 7곳을 뱅뱅 돌아 2시간 넘어 걸려 비로소 용초에 도착하게 된다.


이 경우는 오후 배(2시 출항)가 통영에서 용초까지 가는 경로인데 용초에서 통영으로 돌아갈 때는 중간 기착지를 거치지 않고 바로 가게 되어 40분 가량 걸리게 된다.


오전 7시에 출항하는 선편은 정 반대가 된다.


IMG_20120118_145922.jpg


화도에서도 호래기가 제법 나온다는 정보도 있었지만 배를 타고 가면서 거쳐간 서좌, 동좌, 죽도 마을도 여건상 11월에는 호래기가 제법 나올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IMG_20120118_150755.jpg


중간 기착지인 진두는 한산면 소재지이다.


따라서 섬누리호는 진두와 추봉도를 잇는 다리인 추봉교 밑을 지나가게 된다.


IMG_20120118_151024.jpg

IMG_20120118_151140.jpg

IMG_20120118_151302.jpg


호래기 출조 때면 저 다리 위를 몇 차례씩 지나 다녔구나 하는 생각에 밑에서 보게 되는 추봉교가 새롭게 보였다.


"용초도에 마을이 두 개 보이던데 배가 어느 마을에 댑니꺼?"


사람 좋아 보이는 사무장은 호두 마을과 용초 마을 두 곳에 다 들리며, 호두 마을 쪽에 새로이 방파제가 놓여지고 있어 그쪽이 좀 더 조과가 좋지 않겠나 하고 친절히 설명해 주었다.


IMG_20120118_155213.jpg


얘기를 나누는 사이 옆으로 바닷가에 면한 건물이 지나간다.


우리 나라 유일의 모래 사장 옆의 초등 학교(분교)이다.


한산 초등학교 용호 분교.


용초 마을과 호두 마을의 첫 머리 글자를 딴 이름인데 학교 위치도 두 마을의 거의 중간쯤이다.


만조 때는 학교 담벼랑에 바닷물이 찰랑인다고 한다.


그 때문에 영화 촬영지로 쓰인 적도 있다고도 하고.



호두 마을에 내리려 했지만 호두 마을을 보니 가로등도 보이지 않고 방파제가 항구를 거의 둘러싸다 싶이 되어 있어 한 마디로 "영~~ 파이다."


용초에 내렸다.


용초도에는 포로수용소가 있다.


거제도 포로 수용소에 비해 역사적인 조명을 받지는 못하였기에 아는 사람만 아는 곳이다.


참고로, 추봉도에도 포로 수용소 터가 있다는 것을 혹시 아시는지?


작년부터인가 표지판을 붙여 두었으니 예곡 쪽으로 가실 일이 있으면 길 옆을 자세히 살펴보면 될 것이다.


추봉도 포로 수용소터는 현재 그 자취를 정확히 파악하기 힘들지만 용초도는 그 흔적이 남아 있다.


하지만, 낚시를 위해 내렸으니 그 내용은 일단 통과다.


해서 집 한 채를 통채로 빌려주는 민박(그래 봐야 방 하나만 쓰지만)을 4만원에 하나 잡고, 아직 호래기 낚시 시간은 멀어 우선볼락 채비를 하고 선착장 주위를 탐색해 보았지만 올라오는 놈들은


IMG_20120118_170310.jpg


이 놈과


IMG_20120118_170659.jpg


이 놈이 전부다.


위에 있는 놈은 배 아래에 툭 튀어 나오는 돌기 때문에 'ㅈ쟁이'라는 별칭을 가지고 있는 가시망둑(다른 분들은 돌팍망둑이라고 하는데 검색해보니 가시망둑이 맞는 것 같다.)이고 아래에 있는 놈은 아시다시피 놀래미.



아무도 없는 선착장 상판에서 민장대 호래기 채비를 펴고 여유로움을 만끽하고 있으려니 동네 어르신 한 분이 호래기 장대와 바께스를 들고 오셨다.


"여게 호래기가 좀 되는 갑네예."


"어제는 쪼매 나옸는데 모르지요."


좀 있으니 한 분 더 나오시길래 슬슬 불안해지더니 아니나 다를까 아주머니들도 줄지어 상판으로 올라오셨다.


급기야 나중에 오신 아주머니 한 분은 그 좁은 우리 두 사람 사이로 대뜸 비집고 들어서시더니, 날 선 목소리로,


"외지 사람이 여게서 만다 하는교?, 여는 우리 하는덴데......  저쪽 방파제에 가서 하면 되낀데 여서 만다 하고 있노?"


하면서 장대 채비를 왼쪽으로 던지고 오른쪽으로 던지고......


콜롬부스도 원주민을 만났을 때 이런 대접을 받았었을까?


방파제도 상판도 국가 재산일 건데 동네 사람들의 소유물로 생각하는가 보다.


방파제 불이 켜진지 30분 정도 지나니 호래기가 올라오긴 하는데 10분 정도 만에 한 마리 정도?


왼쪽에 있던 내가 두 마리를 연이어 올리자 이제는 아주머니가 채비를 내 대 위로 던져 왼쪽으로 날려 버렸다.


드디어, 나도 못 참고 딱 한 마디.


"아주머니, 이거 너무 하시는 거 아닙니까?  이 자리도 저희가 먼저 자리 잡고 있는 곳을 비집고 들어오셨고......"


그제야 아주머니 살짝 누그러진 목소리로,


"아, 그기 아이고 왼쪽에 던질라 카이 아저씨 때매 못 던지서 그라지요.  내하고 자리 바꾸이시더.  오른쪽으로 오이소."


쩝.


칼싸움 피해 간 건데......


신대륙으로 갔다가 원주민에게 몰살 당한 콜롬부스의 선원들.




자리를 피해 마을 끝에 있는 방파제에 가니 옆 바람이 심했다.


초록색 등.


민장대 채비를 던져 가라앉히니 3m 정도에서 입질이 왔다.


얼른 걷어 올린 후 다시 채비를 던지니 이번에는 쌍걸이.


휘자님께 바로 전화를 넣어,


"이리 오시이소."


심한 옆 바람과 조금씩이지만 끊이지 않는 빗 속에서도 다행히 꾸준이 입질이 왔다.


바람이 심해 입질 파악도 힘들고 원투력도 떨어져 루어 채비에 2B 봉돌을 하나 채워 멀리 투척한 후 15초 정도 헤아리고 입질 파악 없이 바로 챔질을 하면 한 마리 혹은 두 마리가 틀림없이 걸려왔다.


IMG_20120118_195423.jpg


바지 아랫단은 젖어가고 손에 낀 목장갑은 빗물로 축축해진지 오래.


9시 쯤 되니 아주머니 한 분이 또 우리 둘 사이에 끼여들었다.


......


쩝.


......


나도 조금 불편했지만 휘자님은 좀 많이 불편했을 거다.


결국 채비 엉킴.


9시 30분 정도에 입질이 뜸하기에 결국 1차 철수.



한산도 주민분들은 진짜 양반들이다.


"여게가 어데라고 작대기를 들이미노?"


라던 욕지도 주민.


"외지 사람이 여게서 만다 하는교? 여게는 우리 하는덴데."


라는 용초도 주민.


무엇이 섬 사람들을 이렇게 만들었을까?


TV속에서 섬을 찾는 사람들에게 미소짓던 섬 사람들은 이 사람들과는 전혀 다른 사람들일까?



IMG_20120118_220223.jpg


민박에서 간단하게 밥을 먹고 잠깐 휴식을 취한 후 들물에 맞추어 다시 호래기 사냥에 나섰지만 들물임에도 생각보다 입질이 시원찮을 뿐만 아니라 씨알도 현저히 작아져 11월 초 크기들만 나왔다.


결국 새벽 3시 조금 넘어 철수를 결정.


IMG_20120119_071126.jpg


휘자님 쿨러는 반도 채 차질 않았다.


내 쿨러는 100마리는 겨우 넘긴 것 같지만 소문이나 기대에는 영 미치지 못하는 조과다.


콜롬부스가 가져 간 금을 보고 신대륙으로 몰려 간 사람들의 실망.


작년에도 휘자님과 두미도에 호래기 탐색을 갔다가 완전 황 친 적이 있었는데 이번에도 별 재미를 못 본 것이니 마음이 편할 수가 없었다.



IMG_20120119_071330.jpg


7시 40분 배를 타기 위해 잠시 눈을 붙인 후 일어나 나가보니 어두운 하늘 아래 어디서도 보기 힘든 초록색 가로등이 마치 헛된 희망처럼, 사이렌의 노래처럼 여전히 방파제를 지키고 있었다.


사이렌의 노래에 홀려 파산한 배의 선원들.




콜롬부스는 자기가 발견한 신대륙을 황금의 땅 인도라고 믿고 그 후에도 몇 차례 더 항해를 했다.


내게도 아직 가 봐야할 섬들이 남아 있다.

profile

Ask not what your country can do for you; ask what you can do for your country.

무늬오징어낚시 끊었음. 묻지 마셈. ㅠㅠ

요즘 맘 같아서는 두족류 낚시 전체를 끊고 싶음. ㅠㅠ

나는 당신이 말한 것에 동의하지 않는다. 하지만 나는 당신이 당신의 의견을 말할 권리를 위해서는 죽도록 싸울 것이다 - 볼테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