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오늘(금, 토) 좀 늦은 시즌이지만 볼락 갯바위 출조를 갔다 왔습니다.


갯바위보다는 방파제를 선호하는 편이라 일년에 갯바위 가는 일이 한 번 있을까 말까한데 가게 되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고등학교 동기가 몇 주 전부터 볼락 낚시를 같이 한 번 가자기에 일부러 이번 주말을 빼놓았더랬습니다.


"가자."


"어, 잠깐만.  ...... 어, 선약이 있어 힘들겄다."


그래서 혼자 가야되나 고민하던 차 지난 주 올라온 호래기발까락님의 "뽈락 씨알 좋습니더"가 생각나더군요.


그렇다면 보나마나 아래 사진의 두 양반이 뽈락 치러갈 계획을 세우고 있을 것이 틀림없기 때문에 오전 9시쯤 뽈고퍼님에게 전화를 넣었더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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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계획 실토해라."


"2시 배로 갈도 갑니더."


"어... 나도 찡기믄 안되나?"


"갯방구 세 명 자리 안되는데예.  얼릉 한 사람 구해 보이소."


그래서 이곳저곳 전화를 넣어보았지만 밑밥이 시원찮은지 동행이 시원찮은지 미끼를 물어주는 분이 한 분도 없습니다. ㅠㅠ


그러면 혼자 가는 수 밖에요.


혼자 가는 거니 갯바위는 안되고 늘 가던 그 섬으로 오후 1시 50분 도선을 타고 가기로 계획했습니다.


그런데, 오전에 마눌님과 함께 잠시 출타했다가 귀가하니 이미 오후 2시가 넘었습니다. ㅠㅠ


혹시나 그 섬으로 가는 낚시 출조선에 연락해보니 요즘 볼락 시즌 끝났다네요.  ㅠㅠ.


그러면 금욜은 간단하게 도산면이나 둘러보고 토, 일 이틀간 낚시 갈 거라고 집사람에게 얘기하고 나서 가만히 생각해보니 토욜 밤부터 비가 온다고 한 것이 생각났습니다.  ㅠㅠ


우야튼간에 금욜 낚시를 가지 않으면 황금 연휴를 그냥 보낼 가능성이 99%가 됩니다.


썩 내키지는 않지만 4시 이후에 도선이 있는 섬으로 출조지를 바꾼 후 라면 하나 끓여 먹고는, 꼭 가야겠냐는 집 사람의 핀잔을 뒤로 하고는 2시 40분 정도 되어 출발을 했습니다.


4시 50분 배니 시간은 넉넉한데다 준비할 거라고는 미끼 외에는 거의 없으니 느긋하게 가고 있는데 고속도로 IC 전광판에 "통영 IC 5km 정체중"이란 표시가 뜹니다.


'아, 맞다, 연휴니 길이 많이 막히는구나' 하고 깨닫는 순간 국도로 주우우욱 내달렸습니다.


통영 입구에서 한 번 막히고, 충렬사 근처에서 제대로 막히면서도 겨우 겨우 산복도로를 통과하여 통영대교 근처에 이르니 다행히 배 시간이 40분 정도 남아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런데......


달아공원 아래에서 차가 움직이지를 않는 것이었습니다. ㅠㅠ


달아공원을 겨우 통과해 달아항에 도착한 것이 4시 52분.


배 출항이 4시 50분으로 되어 있어 혹시나 하고 넘어는 가 본 겁니다.


배가 없데요.


알고 보니 4시 40분 출항. ㅠㅠ


허탈한 맘에 차를 되돌려 풍화리로 가나 도산면으로 가나 고민하다 열심히 괴기들을 잡고 있을 뽈고퍼님에게 전화를 넣었습니다.


"쫌 되나?"


"아인데예.  갈도 안 간다 캐서 2시 배 못타고 6시 배로 나갈라꼬 삼덕에서 대기하고 있슴다."


"어, 내는 달아에서 넘어가는 중인데."


"그라면 같이 가이시더.  얼릉 오시이소."


고마 낚시하러 같이 갔다고 하면 될 건데 만다꼬 이리 길게 썼냐면, 어젠 진짜로 허탈했거든요. ^^;;


어쨌든 이렇게 갯바위 전문꾼(?) 두 양반과의 동행 출조가 이루어졌습니다.


1시간 가량 걸려 도착한 포인트는 욕지도 본 섬 갯바위.


발판이 아주 좋아 세 명이 하기에도 참 좋아 보였습니다.


해가 지기 전이라 올라오는 놈들은 모두 삼식이라고 불리우는 빨간 고기.


집어등을 두 개 방향을 달리하여 켜두고는 볼락이 올라오기 전에 얼른 썰어서 간단하게 한 잔 하면서 저녁 식사를 마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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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바로 낚시를 시작했는데 바람이 좀 심하다보니 입질 파악이 잘 되지 않아 낚시가 힘들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추위가 장난이 아니더군요.


2년 정도 만에 갯바위 볼락을 거의 마스터(?)한 것으로 추측되는 호래기발까락님이 첫 수를 올리더니 연타로 잡아내더군요.


저도 어렵지 않게(이때까지만 ㅠㅠ) 한 수를 걸어 올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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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알은 대략 19~22 정도 되는 놈들로 제가 딱 좋아라하는 크기입니다.


볼락 루어는 손에 익지 않은데다 가까이 붙은 것 같기에 장대를 꺼내어 낚시를 시작했지만 처음에 한 마리 물어주더니 그 후로는 고전을 면치 못했습니다.


그러는 동안 호래기발까락님 혼자 신나게 뽑아내고 있습니다.


잘 안되어 반대편으로 던졌더니 이런 놈이 청개비를 물고 올라오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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낚시 가방 말고 다리 여러 개 달린 놈 말입니다.


살오징어 씨알이 상당히 좋았습니다.


오징어 채비로 바꿀까하는 마음도 살짝 들었지만 볼락이 뭐라해도 우선입니다.


그런데 잡혀줘야 뭘 어떻게 해 볼 거 아닙니까.


새벽 1시까지 겨우 5마리. ㅠㅠ


그 동안 호래기발까락님은 벵에돔 한 마리 포함하여 30수는 넘긴 것 같고 뽈고퍼님도 15수는 넘겼을 거라고 얘기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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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어에 올라온 벵에돔 씨알이 참했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춥고 괴기 안 잡히고...... ㅠㅠ


그 와중에 우리 포인트 근처로 오징어배가 환하게 불을 밝히고 다가오니 그나마 뜸한 입질도 그만 뚝.


30분 정도 후에 오징어배가 사라지고 나서 바람도 자기에 다시 루어채비로 바꿔서 상층을 공략해보았습니다.


그랬더니 그제야 입질 파악이 되었습니다.


히트, 히트, 히트.


그런데 한 지점에서만 나오니까 아무래도 세 명이 하기에는 좀 불편하더군요.


손맛 못 본 선배 손맛 보라고 자리를 양보해주는 후배 덕에 재미 있어지려고 하는데 또 입질 뚝.


그 후로 서너 마리 더 잡긴했습니다만 입질도 영 뜸하고 새벽 세 시 넘으니 피곤하기도 하고 이게 무슨 짓이냐 싶기도 하고 콧물도 줄줄 흐르고 눈물도 앞을 가리려 하고 해서 용왕님께 딱 다섯 마리만 더 점지해 달라고 했더니 그제서야 볼락들이 아는 체를 하더군요.


용왕님께서 하사하신 다섯 마리를 추가하고 나서 두 사람 낚시하라고 하고는 칼을 잡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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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썰어먹는 볼락회의 맛이란......


씨알이 좋으니 여섯 마리만 썰어도 횟집 8만원짜리 한 접시보다 양이 많더군요.


회를 맛있게 먹은 후 그만할까하다 다시 던져보니 또 입질이 제법 오네요.


5시 철수할 때까지 몇 마리 더 잡아 대략 20마리는 넘겼겠지 했는데 집에 와서 헤아려보니 제법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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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 22 사이즈가 26마리, 15 ~ 17 사이즈가 12마리 해서 모두 38마리입니다.


참고로 낚시꾼 사이즈가 아니라 자로 잰 사이즈입니다.


처음 생각이 30마리만 잡아도 괜찮겠다였으니 원했던만큼 충분히 잡은 셈입니다.


낚시 환자(?) 두 양반은 조과물을 아래 사진처럼 갈무리해서 낚시점 냉장고에 넣어둔 후 통영에서 잠시 눈 붙이고 오늘 또 갈도 들어갈 거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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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오늘 크기로 장원한 뽈고퍼님의 볼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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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략 25cm는 넘지 싶은데 저거 손맛은 좋아도 입맛은 되게 없어요. ㅎㅎ


볼락은 17~19 크기가 짱.


오랜만에 가 본 갯바위 볼락 낚시에서 좋은 사람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조과도 원했던만큼은 되어 아주 만족스러운 낚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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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k not what your country can do for you; ask what you can do for your country.

무늬오징어낚시 끊었음. 묻지 마셈. ㅠㅠ

요즘 맘 같아서는 두족류 낚시 전체를 끊고 싶음. ㅠㅠ

나는 당신이 말한 것에 동의하지 않는다. 하지만 나는 당신이 당신의 의견을 말할 권리를 위해서는 죽도록 싸울 것이다 - 볼테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