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오랜만에 원전으로의 도다리 낚시를 떠나본다.

물론 동낚인이면 누구나 아는 친구와 함께.

새벽 눈을 떠 보니 비가 조금 뿌린다.

약간은 실망스러웠지만 누구나 그러하듯 희망을 안고 집을 나선다.

친구를 태우고 원전에 도착하니 비는 그쳤지만 좋은 날씨는 아니다.

포인트에 땟마를 고정하고 채비를 하는데 생각보단 시간이 오래 걸린다.

많이 차가운 날씨 때문이다..

하지만 차가운 날씨와 강한 바람도 큰 장애는 되지 못한다.

우리들의 열정에도 불구하고 차가운 수온 탓에 도다리는 좀처럼 얼굴을 보여주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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낚시를 한지 한시간이 넘어서야  첫 도다리가 올라온다.

따문따문이지만 두번째, 세번째 도다리도 내가 올린다.

친구를 슬쩍 보니 한마디를 한다.

친구 : 오늘은 니가 내보다 많이 잡는거 아니가?

  나 :  이제 초반인데 뭐.  철수할 땐 니가 많이 잡을끼다.

친구 : 역시 그렇겠제?

  나 :  응

이렇게 말하는 나는  착한 남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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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지나자 친구도 몇마리 잡는다.

그러면서도 은근히 내 조황에 관심을 둔다.

그리고 도다리를 한마리 올리면서 묻는다.

친구 : 몇마리 했노?

  나 :  여섯마리

친구 : 나도 여섯마리 했는데 아싸 동점이네.

         도달 5마리에 노래미 한마리 ㅎㅎ

  나 : 나는 노래미 두마리 빼고 도다리만 6마린데.

친구 : ??? 우쒸  그라모 8마리라케야지.

  나 : ??? 도달을 잡으로 왔으모 도달만 세야하는거 아이가?

           미안

 역시 난 착한 남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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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후 한시간 동안 입질이 없어 포인트를 조금 옮겼다.

하지만 많지는 않아도 굵은 씨알의 도달이 내게만 올라온다.

내가 올릴 때 마다 한마디씩 한다.

친구 : 똑같이 고패질하는데 왜 니한테만 물고 나는 불가사리만 올라오노? ㅆ~

   나   : 오늘은 아무래도 니가 포기해야겠다.

친구 : 니가 내보다 많이 잡는거는 5년만에 처음이제?

  나   : (슬~ 자손심을 건드려서 되받는다) 오늘은 니가 잡은 불가사리까지 보태야 비슷할끼다. ㅎㅎ

친구 : (씩씩거리며) 이건 치욕이다. 치욕.

         오늘 회도 안썰어 줄꺼고, 노도 안저어줄끼다.(완전 삐짐)

이러면서 둘이 한참 웃는다.

 

철수하는 길에 물칸에 살려 둔 도다리는 친구에게 모두 주며

제수씨께 회 만들어 주라고 하는 나는 진짜 착한 남자다.

그럼 나쁜남자는 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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