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관한 얘기 중에 "본편보다 나은 속편은 없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하나의 영화가 성공하면 그것으로 "뽕뽑으려" 하다보니 계획에도 없던 속편을 만들게 되고 그러다보니 제대로 된 시나리오나 시나리오 속에서의 개연성 등이 없이 만들게 되니 제대로 된 영화가 나오기 쉽지 않은 때문이겠죠.


그래도 터미네이터2 같은 경우도 있으니 역시나 예외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지난 주 저조한 성적을 만회해 보고자 "복수전" 성격의 재출조를 감행했습니다.


그런데, 출조 전날 선장님이 전화를 하셨네요.


"혹시 다음 주 목요일 오면 안되것소?"


"어... 내일 말고는 힘든데요."


"매주 목요일마다 노는 줄 알았더니 아닌갑네. 내일 열물이라 물때도 안좋고......"


아무래도 저 혼자인듯 합니다.


"혼자인가 보네요. 그러면... 다른 배로 옮길까요?


"아이라요. 고마 둘이서 나가봅시다."


네, 그래서 독배를 탔습니다. ㅎㅎ


6시에 출항하여 배들이 몰려있는 곳으로 가서 담그고 열심히 흔들었습니다.


역시나 물이 빠르긴하네요.


여러 곳을 옮겨 다녀도 입질이 거의 없어 느낌이 쌔~~~한 것이 '오늘 이래가지고 스무 마리나 잡겠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거기다 바람까지 터집니다. ㅠㅠ


두 시간 가량 열심히 흔들었지만 10마리 정도.


마음 비우고 있으려니 선장님이 아들 태우러 가도 되겠냐시네요.


어차피 30분 더 흔든다고 크게 달라질 것 없으니 흔쾌히 괜찮다고 했습니다.


수정됨_20221013_113613_HDR.jpg


초라한 살림망 모습입니다.


선장님 아들을 태운 후 전혀 다른 곳으로 갔지만 거기도 물살이 세고 입질이 거의 없습니다.


1시간 정도 삽질을 계속하다 결국 등대 근처의 처음 자리로 가서 흔들기 시작했는데 그때부터 조금씩 올라타기 시작하네요.


정조 시간이 다되어서 그런지 10시부터 한 시간 가량 제법 입질이 괜찮았습니다.


입질이 뚝 끊어지기에 점심을 먹으러 갔습니다.


지난 주에 이용한 곳도 창선대교 못가서 산분령 근처에 있는 저도라는 섬에서 운영하는 배인데 이번에도 저도에서 운영하는 배입니다.


저도에서 운영하는 낚시배는 점심을 배 위에서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섬에 있는 선장님 댁으로 가서 먹게 됩니다.


수정됨_20221013_115411_HDR.jpg


이런 점심상이 차려지죠.


병어회, 문어숙회, 전과 나물, 갈치구이 등등 완전 잔칫집 상입니다.


배 위에서 먹는 주꾸미 라면도 나쁘지 않지만 개인적으로는 이게 훨 낫네요.


점심을 맛있게 먹고 달달한 커피까지 한 잔 대접받은 후 다시 배를 타고 낚시를 가는데......


바람이 제대로 터졌습니다.


"안되것다. 바람이 터짔네. 고마 합시다."


그러잖아도 독배를 탄데다 점심까지 푸짐하게 잘 먹고나니 새벽 출조 때부터 모른척했던 미안함이 밀려옵니다.


7만원 선비로는 아마 기름값도 안되지 싶네요.


그래서, 고민 1초도 하지 않고 그러자고 했습니다.


철수해서 정리하려는데 선장님이 자기가 잡은 주꾸미 중 2/3 가량 봉지에 넣어 주시더군요.


집에 와서 헤아려보니 갑오징어 네 마리까지 합쳐 모두 81마리입니다.


두족류는 하루하루 쑥쑥 크는데다 갑오징어까지 합쳐지니 전체 양이 지난 주의 두 배가 넘네요.


수정됨_20221013_170552_HDR.jpg


수정됨_20221013_171544_HDR.jpg


갑오징어 두 마리는 손질해 놓고 한 마리는 쪄 먹었습니다.


주꾸미는 샤브샤브보다는 항정살이나 삼겹살을 구우면서 함께 구우니 훨~~~씬 맛있네요.


이번에 탄 배는 저도 제일한성호 입니다.


선장님 연락처는 010-8545-2164 입니다.


본편보다 나은 속편 찍고 온 얘기였습니다.



profile

Ask not what your country can do for you; ask what you can do for your country.

무늬오징어낚시 끊었음. 묻지 마셈. ㅠㅠ

요즘 맘 같아서는 두족류 낚시 전체를 끊고 싶음. ㅠㅠ

나는 당신이 말한 것에 동의하지 않는다. 하지만 나는 당신이 당신의 의견을 말할 권리를 위해서는 죽도록 싸울 것이다 - 볼테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