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태풍 영향이 사라졌을지도 모른다는 기대하에 새벽길을 새빠지게 달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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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화할매김밥집에서 아침을 먹었는데 맛이 많이 변했습니다.


계란 후라이도 없습니다.


초심을 잃으면 안되는데 말이죠.


아마 다음부터는 다른 김밥집을 개발해야할 것 같습니다.


여하튼 3인분 추가로 뭉친 후 배를 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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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의 잔재가 곳곳에 남아 있었습니다.


방파제가 부서지고 크레인이 무너져 버린 곳도 있었습니다.


낚시 가는 게 부담스러워지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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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저 섬이 아닙니다.


저 섬을 뒤로 하고 새로운 포인트를 개척하기 위해 다른 곳에 내렸습니다.


던진지 십여분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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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놈이 인사를 해 줍니다.


동행은 갑돌이만 갑돌이만......


여하튼 1인당 위 사진 같은 놈들 대여섯 마리면 만족할 것 같은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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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너무 좋습니다.


전형적인 가을 날씨입니다.


구석구석 찌르고 흔들어 보아도 더 이상은 인사하는 놈들이 없습니다.


그러면 해야할 일이 하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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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채를 전날 저녁 채썰어서 김치냉장고에 보관하니 현장에서 물회에 넣어 먹어도 아삭거리는 채소의 질감이 그대로 살아 있었습니다.


육수는 동행이 수개월(!) 전부터 냉동실에 얼려둔 것이고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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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먹고 살자고 하는 짓 아닙니까. ㅎㅎ


션하게 먹고 마시는데 동네 어르신들이 지나가시길래 붙잡고 한 잔 권해봅니다.


"아, 말이여. 며칠 전에는 3키로짜리가 나왔는디......"


그런데, 마릿수는 어떤지 여쭤보니 말씀을 하지 않으시는 것이 아무래도 많이 나오지는 않는 모양입니다.


아무래도 오후배로 이동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낮술 한 잔 마셨더니 잠이 솔솔......


배들어오는 것을 본 동행이 폰으로 급히 깨웁니다.


물에 빠뜨려둔 두레박 건지고 방파제 끝에 있는 가방 챙기고 하는 사이 동행이 한 곳에 모아둔 짐을 그러쥐고 배에다 던져놓습니다.


배에서는 빨리 오라고 연방 빵빵 거립니다.


겨우겨우 배에 올라타 다음 목적지로 향합니다.


입질 없습니다.


포인트 옮겨봅니다.


두번 째 캐스팅에 밑걸림인줄 알고 당기는데 시커먼 것이 길게 주욱 달려오고 드랙이 찌직거리는 것을 보니 해초인가 봅니다.


아, 잘못 보았습니다.


물 속에서부터 먹물을 어찌나 뿜어대었던지 먹물 줄기가 해초처럼 보인 것이지요.


완전 간조라 대가 짧다는 느낌이 듭니다.


아니나 다를까 바위에 탁 부딪치더니 그대로 빨판을 바위에 붙인 채 물 속으로 들어가려 합니다.


다행히 에기를 제대로 문 모양이라 떨어지지는 않습니다.


활처럼 휘어진 낚싯대를 든 채로 머~~~~어~~~~얼리 300 미터 정도 떨어져 낚시하는 동행을 소리쳐 부릅니다.


영문을 모르니 슬슬 걸어 옵니다.


조금씩 조금씩 오징어가 돌 틈으로 내려갑니다.


다시 고함쳐 부르니 그제야 달려옵니다.


놓치기 일보직전에 올린 놈입니다.


30초 정도만 늦었으면 못 올릴 뻔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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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보는 씨알 좋은 놈입니다.  그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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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사진 찍을 사이즈는 아니지만 그래도 한 장 찍어 봅니다.


그런데, 그 뒤로 입질이 없습니다.


하지만, 우리에겐 믿음직한 비포가 있습니다.


그래서, 등산을 했습니다.


그랬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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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이 동쪽에 떠올라 머리 위에 올 때까지 입질이 전혀 없습니다.


그래서 김밥 먹으며 또 쐬주 한 잔 걸치면서 날물을 기다려 봅니다.


하지만 결국 응답이 없습니다.


다시 말해 언제나 듬직한 비포가 배신을 때린 겁니다. ㅠㅠ 


원래 위치로 돌아와 마을 회관에 몰래 잠입해 한 잠 때린 후, 새벽에 다시 낚시를 시작했습니다.


그랬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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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서쪽으로 달이 져가는 철수 시간까지 계속해서 삽질만 했다는 그런 얘기입니다.


물색 좋고, 물때 좋고, 시기 좋고, 포인트 좋고, 선수들 실력 나쁘잖고 했지만 한 사람은 무늬 꼴방에 한 사람은 겨우 두 마리입니다.


아무래도 내년을 또 기약해야 할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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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k not what your country can do for you; ask what you can do for your country.

무늬오징어낚시 끊었음. 묻지 마셈. ㅠㅠ

요즘 맘 같아서는 두족류 낚시 전체를 끊고 싶음. ㅠㅠ

나는 당신이 말한 것에 동의하지 않는다. 하지만 나는 당신이 당신의 의견을 말할 권리를 위해서는 죽도록 싸울 것이다 - 볼테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