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은 그런 계절인 모양이다

조금 차분해진 마음으로
오던 길을 되돌아볼 때
푸른 하늘 아래서
시름시름 앓고 있는 나무들을 바라볼 때
산다는 게 뭘까 하고 문득 혼자서 중얼거릴 때
나는 새삼스레 착해지려고 한다
나뭇잎처럼 우리들의 마음도
엷은 우수에 물들어간다.
가을은 그런 계절인 모양이다.

그래서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 안의 대중가요에도
속이 빤히 들여다보이는
그런 가사 하나에도 곧잘 귀를 모은다
지금은 어느 하늘 아래서
무슨 일을 하고 있을까.

멀리 떠나 있는 사람의
안부가 궁금해진다
깊은 밤 등하에서 주소록을 펼쳐 들
친구들의 눈매를,
그 음성을 기억해낸다.

가을은 그런 계절인 모양이다.

한낮에는 아무리 의젓하고
뻣뻣한 사람이라 할지라도
해가 기운 다음에는
가랑잎 구르는 소리 하나에
귀뚜라미 우는 소리 하나에도
마음을 여는 연약한 존재임을
새삼스레 알아차린다.

만나는 사람마다
따뜻한 눈길을 보내주고 싶다
한 사람 한 사람
그 얼굴을 익혀두고 싶다.

이 다음 세상 어느 길목에선가
우연히 서로 마주칠 때
오~ 아무개 아닌가 하고
정답게 손을 마주 잡을 수 있도록
지금 이 자리에서 익혀두고 싶다.

이 가을에 나는
모든 이웃들을 사랑해주고 싶다
단 한 사람이라도
서운하게 해서는 안될 것 같다

" 가을은 정말 이상한 계절이다 ".

- 법정스님 -

길모퉁이돌아 시골의 좁은도로가 마주치는 곳엔
해마다 탱자가 향기를 전해줍니다
새봄에 하이얀 팝콘같은 꽃으로
여름엔 참새들의 쉼터로 오가는 나그네에게
그늘을 선물로 잠시 쉬어가곤 하던곳에
어느듯 계절을 닮아 노란 탱자가 탐스럽습니다

손닿지못한 아주 높은곳에 탐스러운 자태는
길가는 여심의 애를 태웁니다
몇알 따다가 집안 한켠에 가을향기를 담고싶은데
지날때마다 정상에서 고고하네요

가을들길 벼메뚜기의 한가로움은
가을이주는 커다란 선물
누구에게나 벼메뚜기의 추억이 있으니까요
어린시절 돌아볼수있는 여유를 주니까요
강아지풀 뜯어 조롱조롱 매달린 벼메뚜기의 몸부림
하루의 간식거리로 충분했던 시절이
있었으니까요

비탈진 들길엔 고구마 수확이 그렇고
과수원가, 넓다란 들길에 서있는 허수아비가
중년의 가슴에 이련한 그리움 한조각 떠올리게합니다
무거운 몸 가을바람에 내던진 수수나무에
참새의 바지런함은
농심의 속을 긁어 메아리없는 울림을 즐기는듯

농부의 새쫒는 소리가 은은한 향기처럼
살갛에 스밉니다

야산자락 바위틈의
들국화 송이송이마다 새겨진 추억과 그리움들은
가을에만 느낄수있는 특혜거든요

만나는 사람마다 고운 눈길로
넉넉함으로 채워진 기쁨들을 조금씩 나눠주고 싶어집니다
일년중 가장 살기좋은 계절이 시월이겠지요
시월의 둥근 달이 더 커보이듯

계절이 주는 넉넉함과 운치는
중년의 마음을 가장 중년다움으로
인도하는 무언의 힘을 가득 보내줍니다

온화한 미소로
내주위에 행복의 전도사가 되어봐요
가장 가을을 닮고 싶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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낚시는 났시 일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