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동의 매화축제가 한창이던 지난5월 유난히 매화마을에 가고 싶었다.

이런 저런 이유로 가보지 못해 지난 날 학창시절 책에서 본 수필"갑사가는 길" 처럼 또 언젠가 꼭 한번

들러야 하는 내 마음의 명소로 담아두고 있다..



한해를 넘겨야 볼수있는 매화에 얽힌 애틋한 사랑이야기 또 하나 소개할까 한다..



도산선생에게는 가까이 두고 어루만진 매화분이 있었다. 어쩌다 거처가 탁해지기라도 하면 매화분을

먼저 옮겨 씻기는가 하면 신병이 깊어지자 각방을 썼다는 일화도 있다. 모두 선생의 개결한 성정을 일러주는 사례이겠지만, 그 너머 또 다른 선생의 진정이 숨어 있을 것으로 믿는 사람도 있다.

바로 단양군수 시절에 만난 두향 얘기다.

관기였던 두향은 선생을 사모하여 가까이 모시길 자청했으나 . 말이 먹히질 않았디.

애간장만 녹이고 있을즈음 아인으로부터 선생의 매화사랑을 듣고는 조선천지를 뒤져 기품 넘치는 매화 한 그루를 찾아낸 뒤였다.

두향은 그 매화를 선생에게 바쳤고, 선생은 단양 시절 동안 동헌에 심어놓고 애완했다. 물론 두향에게도 곁을 주었다고 한다.

두향의 매화는 선생이 새 임지로 떠나면서 도산으로 옮겨져 명맥을 이었다. 단양에 홀로 남았던 두향은 수년 뒤 선생의 부음을 듣고 자진했다.

죽음에 얽힌 설이 분분하지만 나는 앉은 채로 숨을 딱 멈춰버렸다는 두향이 가장 그답다고 여긴다.

두향의 묘는 지금 단양의 구담봉 맞은편 산자락에 있다. 그 묘가 충주댐 건설로 수몰될 뻔한 적이 있었다. 퇴계 후손이자 국학자인 고 이가원 선생이 생전에 두향 묘에 각별한 관심을 쏟았다. 그분이 해준 말씀을 옮기자면 수몰을 앞두고 고심하던 어느 날, 그분 꿈속에 두향이 나타났다.

두향은 "나를 그대로 두시오. 물에 잠겨서라도 이곳에 있겠소"라고 했다는 것이다.

곡절 끝에 지금 자리로 이장되긴 했으나 두향의 일편단심은 꿈속에서도 단호했다.

퇴계 선생이 임종을 앞두고 남긴 말은 알다시피

"저 매화에 물 줘라"이다.

절개가 곧은 선생에게도 매화사랑 만큼 두향의 애틋한 사랑을 심중에 간직하고 있었음을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말일듯 한데....



요즘이야 이런 애틋한 사랑을 할 사람이 있을까 한다만

급변하는 세상속에서도 사람을 사랑하는 일 만큼은

은은한 매화향기처럼 오래토록 가슴에 남겨두는  친구들이 되었음 하는 바램에서

퍼오기도 또 사족을 붙이기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