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이 바뀌었습니다.
겨울에서 봄....봄에서 여름...

한동안 낚시를 안다녔습니다.  
작년에 입던 잠바 호주머니에 손을 넣을라치면..
까칠한 뽈락바늘...반달구슬....조각난 찌매듭...등등
잊고 지내던 기억쪼가리들이지요.

사소한 것에 항상 맘이 짠~해 집니다.
조각난 찌매듭...
그 아스라한 기억언저리에 한참을 서성입니다.

조각난 찌매듭이 주는 기억을 더듬다가....
창고안에서 방치해둔 낚싯대를 챙기고..
조끼 들고..
후랫쉬를  본드로 모자에 붙여놓아....(뽈락낚시아니면 쓸일이 없는)...그 모자를 집어들고..
차를 몰아 나갔습니다.

너무나도 익숙한 길.. 혼자 혹은 여럿이서 어울려 놀던던 그자리..
새우 3천원 봉지에 싸고..맥주 두병 넣었습니다.
이제야 고백하건데...
그자리서...그 당시 쏠쏠하게 저혼자 마이 빼먹었습니다.

두분이서 뽈락을 쪼우고 계시더군요.
척~보니 뽈꾼같진 않고..대면대면 인사하고 채비를 챙겼지요.

아...뽈락은 버글버글 이었습니다.
넣으면 물고..넣으면 물고...ㅋㅋㅋ
(난 왜이렇케 뽈락을 잘 잡는거야..미치것네..)

10~12cm정도의 젖뽈을 겨우 면한 수준의 뽈락이었는데...
저는 그날 방파제에서 아주 독보적으로 낚시를 했었습니다.
새로 오신 두분께서는 제옆으로 아주 대를 담구시는데..
그래도 뽈라구가...제 낚싯대만 물어 주더군요...기특한늠.ㅋㅋ
이런날 젓갈하고 같이 왔어야 됬는데...
택택이 망할늠..이럴때는 꼭 옆에 없는지몰러..

아~ 달은 밝았습니다.
그 밤은 메르치를 위해서 존재하는 밤이었지요..
방파제를 무대로 하여..관객두명을 모시고..
외로운 가로등 불빛아래에서..
메르치의 신들린 뽈락낚시묘기가 펼쳐진 것이죠..
뒤로챔질..앞으로챔질...옆으로 챔질..
끊임없이..ㅋㅋㅋ

그러다가...낚시 바늘에...
해삼이 한마리 낚여 올라 왔습니다.
뽈 장대로...해삼을???
두분께선..입에 거품물고..
기절하시더군요..
"해삼도 낚시로 얼마든지 잡을 수 있습니다."
점잖케 한마디 할려다가....
구라치다가 벌받을까싶어 말을 아꼈습니다.

"낚시의 신이 있다면..."
이런 표정으로 두분께서는
저만 쳐다보셨습니다.

그래서..폼도 신경써야 했죠.
고수의 면모를 보여야 되기에...
우아한 챔질과...
무릅을 긴강감있게 살짝 굽히며..
허리 반동을 이용하여 대의 휨세를 유지하는 고난도 테크닉..ㅋㅋㅋ
작은 싸이즈는 휙 던져버리는 대범함..(어메..아까운거..)

입질이 오늘 따라 조금 야리다는...해설과...
새우를 꿰는 방법등등..
말할때 마다 감동을 하시더군요. 험험..
지난 3년간 동낚에서...온갖 설움을 받으면서...귀동냥 눈동냥해서 배운것을
아낌없이..팍..팍...다 전수했습니다.
그야말로...진정한 프로낚시꾼으로 탄생하는 순간이었죠..ㅋㅋㅋ

시계를 보니...밤 10시가 넘어...
그때쯤, 예전에 동낚생활 열심히 할때 같이 동출하던 모씨가 생각나서
전화를 했었습니다.
아직도 아이콘에 관광버스춤을 신나게추는  여자아이 그림이 있는지..
요새는 글을 안올리니 통 볼수가 없네요.

같이 동출을 수차례했지만
한번도 그 某의 낚싯대에 뽈라구 거는걸 보지 못했으니..
예쁜 딸래미도 이제 많이 컷을터..뽈락을 아주 좋아 하는 여자 아이입니다.
오는 길에 미련없이 부어 주고 왔습니다.
이것역시...감동을 하더군요..
오늘 낚시 한번 갔다가..여러사람 감동 시켰습니다. ㅎㅎㅎ

뽈락전달하는거 사진을 한장 찍자고 하니 사진만은 극구 사양했습니다..
아~ 쒸바..몰카라도 한장 찍어 조행기에 올려야 되는데..
사진을 안찍은게..지금에사 극심한 후회로 밀려오네요.
"니도좀 잡아서 묵어라"..이말을 한다는건 두고두고 아주 통쾌한 일이죠..

모든것이 예전 그대로 입니다.

오랜만에 하는 뽈락낚시도 그렇고..
집에 들어오니...
마누라가..눈에 쌍심지 키고...안자고 있는것도 똑같네요. 애궁~~


보고 싶었던 동낚인 가족여러분..
그간 안녕하셨습니까?

즐거운 뽈락낚시..
언제 같이 한번 하시자구요..ㅎㅎㅎ

2009. 春

멜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