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저주의 굿판을 멈추라
  없다.  전혀 없다.  입질이 전무하다.
  상판에 집어등을 켜고 자리잡은 BD씨(베드로님입니다만 글의 일관성을 위해 BD씨로 표현한 점 양해 바랍니다.) 팀에게도 별다른 소식은 없다.
  방파제에 서있는 F씨 일행에게 바람은 역풍이다.
  채비는 발밑에 떨어지기 일수다.
  F씨는 '누군가 굿이라도 벌이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삐리리..."
  D씨다.
  "바람이 안 불어야 될건데, 거기 바람 많이 안 불어?  가로등도 뽑혔다면서?"
  F씨는 그 기세에 지지 않기 위해 이를 악물고 한 마디 내 뱉은 후 전화를 끊어 버렸다.
  "바쁨미다, 행님.  팍팍 올라옴미다.  끊슴미다."
  그 덕분일까, 수십 번 거듭된 채비 투척 끝에 B씨의 장대에 씨알 좋은 호래기 한 마리가 달려왔다.  찍찍거리며 물뿜는 소리가 듣기 좋다.
  "이제 들어왔나 보다."
  하지만 기대도 잠시, 올라오는 것은 망상어에게 머리 뜯긴 처참한 몰골의 민물새우 뿐.
  그 사이 집어등을 켜놓은 상판 쪽에서 배회하던 M씨가 다가오더니 다소 희망적인 얘기를 건넨다.
  "행님, 저짜게는 멫 바리 올라오던데예.  두 칸 정도 대로 잡는데 지는 대가 질어서 몬 잡겄네예.  함 가보시이소."
  이런 상황에서야 빌붙기 모드가 된들 무슨 상관이랴.  상판쪽으로 간 F씨는 그냥 끼어들 수는 없는 노릇이라 낯이 간지러움을 느끼면서 한 마디 건네었다.
  "쪼매 됨미꺼?"
  "아, 예.  조금씩 올라오네예.  같이 하이시더.  올라올 때 뽑아야 안되겄슴미꺼."
  BD씨가 집어등 옆으로 자리를 양보해 주자 F씨도 미안한 듯 조금 멀찍이 떨어져 불이 잘 비추이지 않는 쪽으로 그의 채비를 던졌다.
  그랬다, 역시 집어가 되어 있었다.  채비를 던지고 5초도 지나지 않아 초릿대 끝에 어신이 전해 왔다.
  BD씨 일행이 하는 낚시는 요즘 새롭게 시도되는 호래기 낚시 기법이다.  가로등이 조금 멀게 있는 상판 끝에 집어등을 켜고 수면에 바짝 붙인 후 낚싯대를 두 개 이상 걸쳐 두고 번갈아 가며 올리는 방법인데 다소 수동적이기는 하지만 마릿수 재미를 느낄 수 있는 방법이다.
  F씨는 고전적인 맥낚시를 고집했다.  하지만, 맥낚시를 즐겨하는 F씨도 요즘은 도래 위에 캐미를 세 개 물려 고집을 약간은 버린 상태이다.  그런데 오늘은 캐미 하나가 봉지 속에서 이미 깨진 상태라 두 개만 물린데다가 그마저도 빛이 약하고 수면에는 파랑이 일어 거의 무용지물이었다.  어쨌든 이럴 때는 아무래도 맥낚시가 조금 더 유리할 수 있었다.  채비를 던진 후 채비가 가라앉는 것에 맞추어 줄의 긴장을 유지하면서 장대를 낮추어가면 어느 순간 초릿대 끝이 약간 더 휘어지는 것으로 입질을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어떨 때는 두 마리씩 올리면서 쉴 틈도 없이 뽑아내던 F씨의 초릿대가 순간 휘청 휘어지더니 흔히 말하는 '들어뽕'이 되지 않았다.
  '또 두 마린가?'
  올라온 것은 오징어로 착각할만큼 큰 호래기였다.  호래기 낚시를 3년 정도 한 F씨도 처음보는 대물(?)이다.
  언제 왔는지 M씨와 B씨도 각자 집어등 근처에 자리를 잡고 신나게 뽑아 올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항상 그렇듯이 호래기 입질이 뚝 끊어져 버리고 말았다.
  F씨 일행에게 새로운 고민의 순간이 온 것이다.  호래기 습성을 믿고 다시 들어올 때까지 기다려볼 것인가 아니면 점찍어 둔 두번 째 포인트인 ChB로 갈 것인가......
  M씨와 잠시 의논한 끝에 ChB로 옮기기로 하고 M포와 ChB중 어느 쪽이든 나오는 곳에서 연락을 하기로 BD씨 팀과 의논한 후 F씨 일행은 ChB로 향했다.

4. 신공을 보다
  M포에서 ChB로 가는 길은 대략 15~20분이 걸린다.  섬에서 대박을 노려볼 수 있는 곳은 그 두 곳 뿐이다.  바로 ChB로 갈까하다 일전에 봐 둔 곳이 있는 F씨와 B씨가 의논하여 우선 다른 포인트로 가 보기로 하고 다리를 건너 왼쪽으로 핸들을 꺾었다.  사람 그림자도 찾아볼 수 없는 조용한 곳이지만 가로등 하나는 그 섬에서 가장 위치가 좋은 곳에 박혀 있다.
  새로운 기대에 차보지만 이삭 줍기.
  10분 정도 후 F씨 일행은 대를 접고 ChB로 향했다.
  ChB에서의 포인트는 세 곳 정도로 요약된다.
  가장 확률이 높은 곳은 긴 방파제 끝에서 외항 쪽인데 3.5칸 대 정도 거리에서 호래기들이 계속 회유하는 경향을 보이기 때문에 마릿수를 올릴 수 있고, 긴 방파제 안쪽 첫 가로등 근처에서는 그곳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추측되는 씨알 좋은 놈들을 마릿수는 다소 적지만 바깥에서 입질이 끊어졌을 때 잠시잠시 손 맛을 볼 수 있다.  나머지 한 곳은 작은 방파제의 끝인데 전형적인 최적의 포인트인 가로등이 상판으로 이어진 다리 위를 비추는 곳이다.  이쪽은 쏟아질 때는 그야말로 폭발적인 입질을 보이는 곳이다.
  긴 방파제를 선택한 F씨 일행 중 B씨와 M씨는 첫번 째 가로등 밑을, F씨는 방파제 끝을 노리고 탐색을 시작했다.
  방파제 끝에서 맞바람을 넘어 채비를 던진 F씨의 초릿대에 신호가 왔다.
  "여게다, 일로 온나."
  그것이 20분 여에 불과했지만 그날 낚시의 하일라이트를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방파제 제일 끝에 자리를 잡은 B씨의 3.5칸 대에 어신에 끊임없이 이어진다.  거센 바람 탓에 짧은 대로 바꾼 M씨와 3칸대로 시작한 F씨는 작전을 바꾸어 상판위로 올라갔다.  폭발적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F씨와 M씨의 대에 그런대로 입질이 이어졌다.  잠시잠시 힐끗거리며 B씨를 지켜보던 F씨와 M씨의 눈이 휘둥그래졌다.  B씨는 간격이 조금 있기는 하지만 거의 한 번 투척에 한 마리씩 뽑아내고 있는 것이 아닌가.  600마리의 사나이, 호래기 대마왕......  그야말로 신공임에 틀림 없었다.  M씨가 서너 마리 뽑을 때 F씨는 7마리 정도이지만 B씨는 거의 열 마리를 뽑아내고 있었다.


5. 적들의 방해는 계속되고
  바람은 계속해서 거세게 불고 바닷속의 캐미가 보이지 않는 상황이었지만 마왕의 신공은 계속되었다.  새우가 모자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F씨에게 살살 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폭발적이라고 하기에는 조금 시원찮은 터라 BD씨 팀에게 연락을 취할까말까 망설이는데 전화기가 울린다.
  "예, 올라오기는 올라오는데 그리 폭발적인 입질은 아임미더.  오실람미까?"
  "그래예?  그라믄 여기서 호래기 들어오기를 쫌 더 기다리 볼람미다."
  B씨는 거의 기계다.  던지고 올리고, 입질이 바로 오지 않으면 채비를 살짝 당겼다가 놓고 다시 던지고......
  새우를 바꿔 끼우는 F씨의 휴대폰이 다시 울렸다.
  "삐리리......"
  이번에는 D씨다.
  "내가 말야, 지금 술 마이 마시고 전화하는 거거든?  고생 많지?"
  "행님, 지금 바쁨미더.  나중에 통화 하이시더.  끊슴다."
  겨우 새우를 끼운 F씨의 휴대폰이 다시 울렸다.
  "바람 많이 불지?  안 돼지?  나 지금 술 많이......"
  "애나로 바쁘거등예.  끊슴미더."
  채비를 던지기가 무섭게 어신이 아니라 휴대폰이 다시 울렸다.  역시 D씨다.  휴대폰을 열지도 않고 그냥 두자 대여섯 번 울리던 신호가 끊어졌다.
  M씨의 휴대폰에서 신호가 들렸다.  M씨도 무시하는 눈치였다.


6. 새로운 궁합
7. 절대 간조에서의 작전
8. 새로운 미션을 계획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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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k not what your country can do for you; ask what you can do for your country.

무늬오징어낚시 끊었음. 묻지 마셈. ㅠㅠ

요즘 맘 같아서는 두족류 낚시 전체를 끊고 싶음. ㅠㅠ

나는 당신이 말한 것에 동의하지 않는다. 하지만 나는 당신이 당신의 의견을 말할 권리를 위해서는 죽도록 싸울 것이다 - 볼테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