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1부 - 통영편 ]

1. 나의 출조를 적에게 알리지 말라.
  며칠 전부터 여러가지 경로를 통해 정보를 수집하던 F씨는 오늘은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주소창에 http://digital.go.kr이라고 입력한 후 엔터를 눌렀다. 하지만, 역시나 F씨의 눈에 들어오는 것은 비올 확률 83%와 3m/sec 정도의 바람 정보 뿐이다.
  잠시 고민하던 F씨의 귓전에 귀에 익은 그의 휴대폰 벨 소리가 울린다.
  "삐리리..."
  "응, 우짤래, 비온다 카는데?"
  "가이시더. 맘 묵었응께 가야지예."
  어제부로 반백수의 대열에 합세한 M씨의 기세가 사뭇 드세다.
  "알았다, 그라믄 가 보자. 다섯 시 배 탈라카믄 늦어도 2시에는 출발해야 된다."
  서둘러 출조 준비를 대략 마치고 난 F씨는 호래기 마왕의 타이틀을 반열에 들어선 B씨에게 연락을 취해볼까 하는 생각을 잠시 하다 B씨가 지난 주 두번의 출조에 네 자리수를 기록한 것을 상기하고는 그만 두기로 하고 짐을 챙기는데 또 다시 핸드폰 소리가 요란하다.  핸드폰을 들어보니 의외로 B씨다.
  지난 주말 같이 가기로 해 놓고서는 비온다는 이유로 연기하기로 한 후에 B씨 혼자 가서 한 박스 쓸어담은 것이 F씨로는 내심 야속하지만 그래도 전혀 모르는 척 해 본다.
  "오잉?  우얀 일이고?"
  "한산도 간담시로예?  출발 안 할 낌미꺼?  빨리 오이소."
  이쯤되면 F씨로는 제대로 말은 못해도 미치고 환장하고 팔딱 뛸 노릇이다.  지난 주말 같이 탐사하기로 약속하다가 비가 오는 바람에 못 간다고 해 놓았더니, 혼자 몰래 가서는 그야말로 퍼담은 양반이 이런 식으로 얘기를 하니 말이다.
  하지만 소심한 F씨로는 그저 이렇게 대답하는 수밖에 없다.
  "알았다, 5 분 후에 출발하께."
  출발하기 조금 전 홈페이지에 남이 올린 글에 댓글로 출조를 슬쩍 밝혀 놓았더니 1시간도 채 지나지 않아 D 선배와 B 후배의 댓글이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풍긴다.
  옳지 않아, 출조를 알리는 것은.

2. 기상청 김양아, 기상청 김양아......
  그런대로 서두른 때문인지 막배가 출항하기에는 약간의 여유가 있었다.
  30분 정도 일찍 도착한 항구 앞에서 주차를 하기 위해 사이드 브레이크를 당기려던 F씨의 눈에 캐미라이트 한 봉이 들어왔다.
  '아뿔사!'
  "아 놔, 너거 혹시 캐미 있나?"
  "제 쓸 거는 있는데예."
  "찾아보믄 두어 개는 나올낌미더."
  "...... 면사무소 가믄 낚시점 있응께 그짝에 가서 사자.  그라믄 무조건 ChB로 가야 된다."
  배는 평일인데도 하루의 마지막 배라 그런지 예정된 시각보다 5분 늦게 항구를 떠났다.
  운전하는 중에 길가의 가로수가 거세게 흔들리는 것을 보았기는 하지만 설마하니 했던 바람이 갈수록 거세어진다.
  "오늘은 네 자리 채워야제?"
  "하모예.  당근이지예."
  "그런데 바람이......"
  코끼리 다리만큼이나 굵은 낙우송 가지를 세차게 흔들 정도의 거센 바람이 가져올 상황을 이미 짐작하면서도 내심 혹시나 하는 기대를 갖고 나누는 대화는 언제나 그렇듯 낚시꾼에게 불안감을 더해주면 더해주었지 감해주지는 못함을 알면서도 모른척 이어갈 뿐이다.
  카페리는 얼마되지 않는 짐을 토해내고 긴 하루를 마감한다.
  하지만 밤 낚시꾼에게는 이제부터 또 다른 긴 하루의 시작일 뿐이다.
  "M포? ChB? 오데로 가꼬?"
  "M포 가이시더.  거가 그래도 개기볼만 함미더."
  이제는 눈 감도 가도 갈만큼 익숙해진 M포 가는 길에 서서히 어둠이 깔리고 있었다.

  "행님, 일단 묵고 시작 하이시더."
  가게를 정리하며 신경을 쓴 마지막 날이라 점심을 제대로 못 먹고 출발한 탓인지 M씨는 배가 많이 고픈가 보다.
  "라면 끼리는 동안 내는 루어나 해 보까?"
  루어를 막 시작한 F씨는 가로등에 불이 켜지기 전까지 연습삼아 루어나 던져볼 셈인가 보다.
  그러더니 두 번 캐스팅에 금새 자그마하지만 금빛 볼락 두 마리를 건져 올려 우쭐해 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가로등에 하나 둘 불이 들어오는 시각이 되자 바람이 장난이 아니다.
  '그리 심하게는 안 분다 캤는데......'
  이번 출조에서 막내인 M씨가 끓인 라면에 소주 한 잔 걸치고 나니 몸은 훈훈해 지지만 바람이 갈수록 거세어진다.
  "어, 이 정도믄 생각보다 개안타이."
  "예, 글네예."
  하지만, 잠시 순한 듯 싶었던 바람은 순간 멈추었다가 다시 휘몰아치면서 간헐적이기는 하지만 어쩔 때는 숨쉬기조차 곤란할 정도로 휘몰아치면서 F씨 일행을 압박하고 있었다.
  '분명 안 이랬는데.  초속 2.5m라 그랬는데.  기상청 김양아, 이건 아니다, 이건 아니다.'


-  좀 쉬었다 가이시더.  아 놔, 이거 누가 써라 캤노?  -

3. 저주의 굿판을 멈추라
4. 신공을 보다
5. 적들의 방해는 계속되고
6. 새로운 궁합
7. 절대 간조에서의 작전
8. 새로운 미션을 계획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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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k not what your country can do for you; ask what you can do for your country.

무늬오징어낚시 끊었음. 묻지 마셈. ㅠㅠ

요즘 맘 같아서는 두족류 낚시 전체를 끊고 싶음. ㅠㅠ

나는 당신이 말한 것에 동의하지 않는다. 하지만 나는 당신이 당신의 의견을 말할 권리를 위해서는 죽도록 싸울 것이다 - 볼테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