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먹물하고 내장 맛이 끝내 준다."

"내는 회가 더 맛있는데."

"참 여보, 우리 이사할 때 이 친구가 내 군에 가 있을 때 보낸 편지가 있더라꼬."

"어?  내가 니한테 위문 편지 보낸 적도 있나?"

"하모, 우리 20대에 어떤 이야기들을 나누었던고 생각 나나?"

세 마리 썰어 그득하게 먹고 친구와의 밀렸던 이야기도 그득하니 섬의 밤이 풍요롭기만 하다.


"인자 낚시하로 함 가보까?"

전날 들어간 싸부가 갈치가 나온다고 했으니 여자들에게는 갈치 채비를 만들어서 주고 친구에게는 새로 산 민장대에 갈치 채비를 하는 방법을 가르쳐 주고 나서 담그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있으려니 20분 정도 지나 집사람이 씨알 좋은 갈치 한 마리를 올린다.

기대에 차보지만 그것도 잠시 또 감감 무소식.

10분 정도 있으려니 집사람이 다시 한 마리 더 추가.

그 후로 입질이 없어 회 떠 먹자고 하니 다들 배가 부른 상태라 조금 있다 먹자고들 한다.

하지만 갈치회의 특성을 잘 알고 있으니 그냥 물러설 내가 아니다.

얼른 포를 떠서 얼음 위에 올려놓으니 체면 치레로 젓가락질을 했던 친구와 친구 부인의 젓가락이 부산해진다.

순식간에 싸악 회를 비우고나더니 친구 왈,

"야, 빨리 더 잡자."

조금 있다 친구 부인의 대가 휘어지는데 제압이 안 된다.

옆에서 거들어주려 하다 마무리까지 하게끔 말로만 도와주니 갈치 머리가 언뜻 수면에 올라오기 직전 "팅!!!"

한참 후 친구와 거의 동시에 작은 메가리 각 한 수씩.

파닥이는 놈들을 또 얼른 썰어 한 마리는 포를 뜨고 한 마리는 통회를 만들어 친구에게 서빙.

그 후로 입질이 전혀 없고 나는 이미 낚시 자체에는 크게 힘이 써지지 않아 볼락 채비로 바꾸고 살짝 더듬어보니 10초도 지나지 않아 바로 후두둑하는 볼락 특유의 입질이 온다.

18cm 정도 되는 준수한 씨알.

20초 후 다시 16cm 가량 한 수 더 추가.

그걸 보던 친구가 얼른 대를 뺐어 가더니 자기도 해본다고 하다 밑걸림으로 채비를 날려 채비하기는 귀찮고 해서 또 다시 파닥이는 놈 두 마리를 썰어 넉 점을 만들어 놓으니 오늘 회 중에서 제일 맛있다고 손가락을 치켜세운다.

그러고 보니 고기들이 딱 손님 접대용 분량만큼만 올라온 셈이다.

갈치 두 마리.

메가리 두 마리.

볼락 두 마리.

방으로 돌아와 잠을 청한 후 6시에 맞춰진 알람 소리에 잠을 깨어 다시 친구와 함께 오징어 포인트로 향했다.

바다는 선선한 바람이 아침을 깨우는 것이 아니라 부지런한 조사님들이 깨우는 것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만큼 이미 많은 분들이 어제 그 자리를 지키고들 계셨다.

힘찬 캐스팅 후 약 20분 간에 걸쳐 다시 그놈들 네 마리 추가.

전날과는 달리 완전 바닥에서 입질이 오는데다 입질도 거의 느낌을 알아차리기 힘들 정도로 미약하지만 이미 감을 잡은 터라 잡아내기에 어려움이 없다.

다시 바람에 실어 멀리 날린 에기에 바닥에서 입질이 와 힘차게 챔질 후 끌어들이니 중간쯤 끌려오다 툭.

그렇게 빠진 놈들이 아침에 두 마리쯤 있었기에 빠졌구나 생각하고 올려보니 다리 하나만 달랑 바늘에 끼여있다.

꼼틀거리는 다리를 잠시 쳐다보다 얼른 떼서 입에 쏙.  ^^;;

30분 정도만에 그렇게 네마리하고 다리 하나를 추가한 후 1시간 30분 정도 더 던져 보았지만 입질은 없어 아침 식사를 위해 철수.

전복죽으로 식사를 한 후 방파제에서 친구는 메가리 손맛에 녹아나고 나는 그 옆에서 안될 줄 알면서 에기 몇 번 날리다 다시 양해를 구한 후 철수 시각까지 한 시간 남짓 남은 시간 동안 연습 더 해 보겠다고 하고 다시 포인트에 진입을 해서 이곳저곳 이동을 하며 에기를 몇 번 날리니 또 다시 입질이 온다.

이렇게 해서 한 시간 남짓 탐색 끝에 한낮인데도 불구하고 두 마리 더 추가하여 이틀 동안 총 낚시 시간 3시간 30분 동안 잡은 것이 모두 아홉마리.

이 정도면 족하지 않은가.

머릿속으로 물 속에서 보이지 않는 에기의 움직임을 몇 십번씩 상상해가며 연습했던 그대로 입질을 받아내고 포인트라고 집었던 그곳에서 그놈들을 잡아낼 수 있었으니 말이다.

더우기 주위 사람들은 한 마리도 올리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혼자서 낚아댔으니 그 기분이야 오죽한가 말이다.

참, 주위 사람들은 흘림하고 있었던가?  ㅋ

친구와 사이좋게 세 마리씩 가른 후 집으로 돌아오다 보리밥집에 앉아 동동주에 파전 또 보리밥 한 그릇씩을 먹으니 몸은 피곤해도 마음은 너무나 가볍다.

흠... 친구가 가져온 귀한 와인 한 병을 차에 실었으니 친구의 마음만큼 차는 더 무거웠을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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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k not what your country can do for you; ask what you can do for your country.

무늬오징어낚시 끊었음. 묻지 마셈. ㅠㅠ

요즘 맘 같아서는 두족류 낚시 전체를 끊고 싶음. ㅠㅠ

나는 당신이 말한 것에 동의하지 않는다. 하지만 나는 당신이 당신의 의견을 말할 권리를 위해서는 죽도록 싸울 것이다 - 볼테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