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사진이 없어 죄송합니다.
(디카가 있었는데, 고장이 나서 방치해 두었더니 아는 동생이 자기가 수리해서 쓴다고 가져가 버렸습니다. 언제 형편 풀리면 다시 사야할까 봅니다.)

어제 새벽 5시 30분에 용원 모 낚시점에서 배 타고 거제 동부쪽 갯바위 다녀왔습니다.

올 가을 들어 매주 일요일마다 거의 빠지지 않고 낚시를 다녔는데, 11월 5일 인낚 친선 낚시대회때 금오열도의 소리도(연도鳶島) 한 번 간 것을 제외하고는 줄곧 진해 앞바다의 연도椽島(옛날에는 이 섬이 황금어장이라 돈섬이라 부르다가 이름이 와전이 되어 이렇게 바뀌었다고 하더군요)에서 살았더랬습니다. 연도를 알게 된 것은 금년 1월 1일이었는데, 남들은 해돋이 간다고 다 떠나버리고 전날 송년회 후유증으로 느지막히 일어나보니 해는 중천에 떴고, 우리도 정초에 바람이나 한 번 쐬야 되지않겠느냐고 우겨서 아내와 같이 늘 가던 진해 갯바위나 갈 요량으로 낚싯대를 들고 나섰는데, 이 추운 겨울에 동네앞 갯바위에 고기가 붙어 있을리가 만무하여 부득이 낚시방 아주머니에게 물으니 '연도 방파제를 가보라. 삼포항에 가면 2만원정도 주면 태워다 줄거다'는 소리를 듣고 부랴부랴 삼포항으로 가니 아니나 다를까 자그마한 선외기 한 대가 시동을 걸어놓고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 날은 연도 뒤쪽 갯바위(물이 들면 못 나오니까 여라고 해야겠다)에 내렸는데, 그 때는 물때도 모르고 다니던 시절이었는데, 마침 도착하니 갯바위 앞으로 물이 큰 강물처럼 출렁거리고 흘러 가는데, 묶음추를 달아 강물속으로 던지니 추가 바닥에 닿기도 전에 노래미가 한 마리씩 올라왔습니다. 곁에서 멍하니 보고 섰던 아내가 '여기는 노래미 밭이네'하더군요. 낚시에 관심이 없어 어지간해서는 조과에 시큰둥한 아내인데, 이 날은 자기가 봐도 희안하게 보였던 모양입니다. 저도 그 때 한 겨울에도 고기가 그리 잘 나오는지는 처음 알았습니다. 그 이후로 혼자면 혼자, 둘이면 둘, 이런씩으로 그 갯바위 많이 다녔습니다. 그런데 바다라는 것이 종잡을 수가 없어 그 떼고기 갯바위가 1월 1일을 피크로 갈 때마다 조과가 하향하는 듯하더니 진짜 어떤 날은 입질조차 없는 날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 곳도 시들해져 버리고, 봄 들어서는 근 10여년을 쳐박기하러 다녔던 통영 풍화리 근처 갯바위로 다시 몇 번을 다니다, 올 8월 들어 진해 앞바다에 갈치낚시가 유행한다는 인낚 정보를 입수하고 그 뒤로 2개월간 갈치선상5~6회를 다녔더랬습니다. 해보니 갈치낚시도 손맛 입맛 모두 매력적인 데가 있더군요. 그러다 다시 감생이철 9월을 맞으니 인낚이 온통 감생이 사진으로 도배가 되니 아무것도 모르는 초짜도 마음에 슬며서 물이 오르기 시작하더군요. 그래서 무턱대고 진해 모낚시점을 통해서 혼자 감시 선상을 따라 갔는데(감시 반유동 채비라곤 이 날 낚시방 사장님이 꾸려 준 게 처음었습니다. 제 3호 원줄에 1호찌, 1.2호 목줄, 감시 2호 바늘 - 이후 이 채비는 저의 바이블이 되고 말았습니다.), 같이 갔던 다른 분들은 감시를 한두마리씩 잡았는데, 저는 고등어만 몇마리 잡고 감시는 구경도 못했지요. 초짜라 기대도 안했지만 그래도 집으로 오는 길은 씁쓸하더군요(내심 한 마리 잡아서 집사람 놀래줄려는 마음도 없지 않았는데...) 그러던 차에 어찌어찌하여 9월 9일에 프로기질이 좀 있는 선배님을 따라 거제대교 밑 양식장으로 감시선상을 2번째로 가게 되었는데, 입질은 비슷하게 받는 거 같은데, 챔질에서 번번이 허탕을 치는 게 문제였습니다. 남들 모두 5~6마리씩 낚을 동안 저는 한 마리도 못낚고 철수시간이 다가오더군요. 아무리 초짜라고는 하지만 이정도는 아니다 싶은 게 속이 부글부글 끓어 오르더군요. 기어이 한 마리는 보고야 말겠다고 집중 또 집중을 했는데, 드디어 입질이 오고 마음을 다스려가며 챔질을 하여 당기니 뭔가 걸리긴 걸렸는데, 요동을 쳐대서 감시인 줄 알았더니 올리고 보니 숭어 40급이었습니다. 숭어도 난생처음이라 감격이 없지는 않았지만 다시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대를 드리웠는데, 결국은 꿈에도 그리던 감시가 한 마리 올라와 주더군요. 그 감격! '난생 처음 잡은 감시'라고 호들갑을 떨며 사람들에게 소리쳤던 게 어제 같네요. 그 이후로는 마음속에 늘 감시를 꿈꾸며 낚시를 다니게 되었는데, 저 위에서 말한 연도 방파제에서 그 꿈을 실현하게 되었습니다. 처음 가서 1 마리, 두번째 5 마리(다 올려서 놓친 것 2 마리 포함하면 7 마리), 그리고 다시 가서 또 1마리 이런씩으로 9~10월을 보냈습니다. 그러다 꿈을 안고 11/5일에 간 금오열도의 소리도에서는 '꽝', 그 후 연도 방파제에 재도전했으나 역시 '꽝', 쉽게 느껴지던 감시가 점점 전설로 변해가는 것 같더군요.

그러다 어제 11월10일(일) 다시 감시를 꿈꾸며 거제 동부갯바위로 들어갔었는데, 같이 간 일행 넷은 아직 쳐박기를 못 벗어났고, 저 혼자 반유동이랍시고 했는데, 쳐박기팀에서는 그나마 큼직큼직한 노래미를 많이 낚아 내는데, 저는 폼은 그럴 듯하나 실속이 아주 없는 낚시를 하고 있다는 생각이 문득 들더군요. 살림망은 텅비었는데, 시간은 12시가 넘어가고, 드디어는 쳐박기 낚싯대를 꺼내지 않을 수가 없더군요. 쳐박기 경력이 17~8년이 넘는데, 그 분야라면 자신이 있거든요. 대번에 굵은 노래미 10여수에다 도다리 3 마리를 보태니 갑자기 살림망이 풍요로워지더라고요.

제가 이렇게 구구절절이 적는 것은 과연 '환상의 감시를 쫓아다닌다고 시간과 정력과 경비를 낭비해야하는 것인가' 하는 회의가 들어서입니다.

다시 돌아가서, 어제 갔던 곳 조황정보라면 노래미, 도다리는 씨알도 좋고 마릿수도 먹을만큼은 잡겠더군요. 어디냐하면 용원 선착장에서 거제 들어가는 정기 도선이 닿는 항구 옆 갯바위입니다. 그 곳이 장목항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혹시 다른 물때 좋은 날 가면 감시가 있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쉼표도 제대로 없는 글 읽는다고 고생하셨습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