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술 먹고 필름이 끊겨서 하나도 생각이 안나. 그런데 집에는 용케 잘 찾아갔더라고. 회귀본능이란 게 정말 있나봐.”
술을 좋아하는 성인이라면 한번쯤 이런 넋두리를 해봤을 것이다. 이런 회귀본능은 사람 뇌에 있는 한 신경세포의 역할 덕이란 연구결과가 나왔다.
미국 러시아 일본 등의 학자들로 구성된 공동연구팀은 24일 학술단체 미국과학아카데미 웹사이트에 어떤 일의 순서를 기억하는 뇌 신경세포(뉴런)가 따로 존재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신경세포는 뇌의 마루엽 안쪽에 있다. 연구진은 마루엽을 다치면 잘 아는 곳도 찾아가지 못하는 증상이 나타난다는 점에 주목했다. 피실험자에게 건물 안의 특정 방을 찾아가게 한 뒤 이동 순서를 기억토록 했다.
실험을 반복하자 피실험자가 특정 장소를 지나치거나 가야할 방을 떠올리기만 해도 마루엽 안쪽 신경세포가 활발하게 움직였다는 것이다. 마루엽은 뇌 중심 고랑의 뒤쪽과 바깥 고랑의 위쪽 사이에 있다. 마루엽은 외부 정보를 조합해 신체 동작을 명령하고 수학이나 물리학에 필요한 입체적, 공간적 사고를 할 수 있게 돕는다.
천재 과학자로 불리는 알버트 아인슈타인의 뇌는 좌우 마루엽 하단부가 일반인보다 15% 정도 넓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