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참 좋아졌습니다.
김 모락모락 나는 밥에 뜨뜻한 국 나오는 학교 급식은 물론이고 교실마다 찬바람, 더운바람 술술 쏟아지는 냉온풍기가 천정에 달려있는데다 교사용 PC, 프로젝션 TV, 실물 화상기까지... 없는 게 없을 정도입니다.
그래도 한 편으로는 조개탄 때며 알루미늄 도시락 데우던 US Army 라고 쓰여진 원통 난로가 있던 초임지가 생각나고, 아이들 도시락 모두 큰 함지박에 붇고 고추장, 참기름 듬뿍 붇고 함께 비벼먹던 민주비빔밥이 그립습니다.
편리하면 편리한만큼 다음에 되새길 추억들도 하나씩 사라지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우리 반 애들 모두 긁어모아 8명입니다.
그나마 한 놈은 골절상을 입어 제법 오랫동안 결석을 해야 한답니다.
그 큰 교실에 일곱명만 덩그러니 앉아 있더군요.
입학식을 알리는 안내문에는 이렇게 쓰여져 있었습니다.
"1학년 ㅇㅇㅇ 어린이의 입학을 축하합니다."
입학생이 한 명이니 아예 이름을 써 버린 거죠.
그래도 내년에는 10명 넘어 입학할 거라고 하긴 하는데 그것도 그 때 되어 봐야 알 것 같습니다.
별로 한 일도 없는데 하루 해가 넘어가 버렸습니다.
아이들 출석 한 번 불러보고, 간단한 자기 소개서 적게하고 입학식 겸 시업식 하고 점심 먹고 청소하고 나니 돌려보낼 시간입니다.
교실에 인터넷이 되질 않아 업무도 제대로 보질 못하고-하기야 별 할 일도 없었지만- 애꿎은 랜선만 만지작 거리다 필요한 서류 발급 받으러 면소재지 들렀다 오니 대충 퇴근 시간입니다.
퇴근요?
관사가 교실에서 직선 거리로 대략 20m, 가장 가까운 강당 건물로부터는 10m도 채 떨어지질 않았으니 열 걸음 정도만 걸으면 퇴근이 되고 출근이 됩니다.
관사에 인터넷 선이 연결되지 않아 퇴근해 봐야 별 볼 일도 없어 그냥 교무실에 죽치고 있습니다.
교무샘은 할 일이 많아 그런지 옆에서 토닥토닥 자판 두들기고 있는 중이지만 저는 이러고 있는 중이죠. ^^;;
오늘 교무실에 들어가면서 처음 들었던 말을 적으면서 첫 유배지 일기는 여기서 줄입니다.
저(개굴아빠) : "반갑습니다."
여선생님 : "저... 새로 부임하신 ... 교감 선생님이신가요?"
저(개굴아빠) : ㅡㅡ;;
ㅋㅋㅋ 염색한 머리가 지금 색이 바래서 희끗희끗하거든요. ^^;;
개굴아빠님 !
교육청에 연락해서 선 좀 깔아 주라 해 ~ 보지 ~ 요 ?
담에 정리되면 일일 선생님으로 초대도 함해보고 하이소.
잘 보고갑니다.
내일또 올려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