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원 기자의 바른말 광] 학공치
2005/10/11 034면 10:57:51 프린터 출력
지난 4일자 부산일보의 1면 머리기사 <토종이 사라진다>는 낙동강 수계에 예전에 보이지 않던 '배스,블루길,학공치,전어'가 보이는 대신 '연어,황어' 같은 토착어종이 사라졌다는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그런데 '학공치'는 '학꽁치'가 아닌가 하고 고개를 갸우뚱거리셨을 독자도 많을 것이다. 또 어떤 독자들은 '사전에도 학꽁치로 실렸는데…'하며 틀렸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겠다. 하지만 부산일보가 '학(鶴)공치'로 쓰는 까닭은 이렇다.
우선 '학꽁치'로 쓸 근거가 부족하다. 국어사전,그것도 요즘 것 외에는 '학꽁치'를 찾아보기가 힘들 정도다. 게다가 광복 직후 나온 한글학회의 <큰사전>에는 '학꽁치'가 없다. 그러니 요즘 사전들이 '학꽁치'로 쓰는 근거는 좀 모호하다.
하지만 '정문기,최기철' 같은 대부분의 어류학자들은 물론 '국립수산과학원,한국해양연구원' 같은 정부기관도 '학공치'로 쓰고 있다. 정문기의 <한국어도보>에는 '학공치과'에 '학공치,줄공치,살공치'가 있다고 돼 있고,한국해양연구원의 <해양생물대백과>는 '학공치 무리'를 '학공치,별학공치,줄공치'로 나눴다.
역사적으로 봐도 '학공치'가 옳다. 우선 '꽁치'의 옛 이름조차 '공치'였다(정약용의 <아언각비>,국립수산과학원의 <수변정담>). '공치'라고 한 까닭은 아가미 근처에 침을 놓은 듯한 구멍[孔]이 있기 때문인데,이 이름이 나중에 '꽁치'로 바뀌었다고 한다. 반면 '학공치'는 그대로 '학공치어(鶴貢侈魚)' 등으로 쓰였다(서유구의 <전어지>). 그러니 원형을 잘 유지하고 있는 '학공치'를 굳이 '학꽁치'로 바꿀 필요는 없는 것이다. 북한에서는 '학공치' 대신 '공치'로 쓰고 있다.
한편 국립국어원은 <표준국어대사전>을 고칠 때 '학공치'와 '학꽁치' 둘 다 살리는 쪽으로 힘쓰겠다고 밝혔다.
군기반장이 사과 성명 내라고 압력을 행사하는군요. ㅠㅠ
국어 사전의 경우 두 개 이상의 표기가 충돌할 때에는 일반적으로 널리 쓰이는 쪽을 택하거나 둘 다 인정하는 쪽을 택합니다.
대표적인 것이 "맛있다"의 발음을 "마시따", "마디따" 둘 다 표준어로 인정하는 것과 옛날(?) "돐"이라고 적었던 것을 널리 쓰이는 쪽인 "돌"로 표기를 바꾼 것을 들 수 있습니다.
학공치(학꽁치)의 경우는 제가 알고 있는 어줍잖은 지식과 해양수산부의 방언집에 나오는 공식 용어(?)를 근거로 하여 주장(?)한 것인데 이 부분에 대해서는 좀 더 알아보고 문제에 반영하는 편이 옳았음을 인정합니다. ㅠㅠ
군기반장이 출제위원에서 퇴출시킨다고......
어물쩍 넘어가려 한다고 또 압력을... ㅠㅠ
이왕 시작하신김에 학공치의 뿌리를 파헤쳐 주시고
후세에 길이 남길 역작을 만들어 주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