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치와 호래기는 오징어목 꼴뚜기과에 속한다
- 한치는 꼴뚜기과 중 크기가 큰 한치꼴뚜기, 창꼴뚜기, 화살꼴뚜기 등을 지칭
- 호래기는 원래 매오징어 등과 같이 작은 크기의 꼴뚜기를 지칭
- 한치와 호래기의 일반적인 구별법에 대해 작성한 글입니다.
- 현대해양 4월호에 기고된 내용입니다.



한치와 호래기의 차이점
국립수산과학원 자원연구팀 김영혜

  한치와 호래기를 생각하면, 어렸을 적 읽었던 걸리버 여행기의 대인국(大人國)과 소인국(小人國) 이야기가 떠오른다. 어렸을 적엔 거인나라와 소인나라의 차이가 단지 사람이 크고, 작은 것을 제외하고는 생활풍습이나 문화가 비슷하다는 것이 정말 신기하고 흥미로 왔다. 그러나 수산자원학을 연구하는 학자가 된 지금 걸리버 여행기는 작가가 한치와 호래기를 보면서 거인나라와 소인나라에 대한 영감을 얻어 쓰여지지 않았나하고 가끔 생각해보곤 한다.


  이처럼 ꡐ한치ꡑ와 ꡐ호래기ꡑ는 같은 꼴뚜기집안이지만 크기 차이가 많아 대형꼴뚜기와 소형꼴뚜기로 구분된다.

한치는 최대 몸통 길이가 약 40㎝되는 한치꼴뚜기, 창꼴뚜기, 화살꼴뚜기 등을 총칭하여 부르고 있으며, 대표적인 종은 한치꼴뚜기(Loligo chinesis)이다(그림 1). 반면, 호래기는 최대 몸통길이가 약 10㎝되는 참꼴뚜기, 꼬마꼴뚜기, 반원니꼴뚜기 등과 같이 크기가 작은 소형 꼴뚜기를 총칭하며, 대표적인 종으로는 반원니꼴뚜기(Loligo japonica)이다(그림2).

  그러나 가끔 동해안에서 약 1m되는 한치로 여러 사람이 배불리 먹었다고 하는 이야기 접할 때도 있다. 이 종은 개안아목(눈이 좋아 안경을 쓰지 않은 오징어 집안) 지느러미오징어과에 속하는 지느러미오징어(Thysanoteuthis rhombus)이다(그림3).

그런데 왜 한치로 불리워지는지 생각을 해 보자. 원래 ꡐ한 치ꡑ의 사전적 의미는 우리나라의 옛날에 쓰던 길이 단위로 한 자(33㎝)의 1/10(약 3.3㎝)을 나타낸다. 한치는 몸길이(약 40㎝)에 비해 매우 짧은 팔(약 4㎝)을 가진 ꡐ숏(short)팔이ꡑ꼴뚜기인 셈이다. 따라서 동해안에서 여러 명이 먹을 수 있는 한치는 몸통길이가 약 1m되는데 비해 팔길이는 약 한 자(33㎝)정도 되므로 숏팔이라는 의미에서 한치로 불리워졌을 것이다.

  한치라는 단어는 우리 생활주변에서 전혀 다른 의미로 많이 사용하고 있다. 예를 들어 보면, 한치 앞도 안 보인다, 한치의 땅도 양보하지 말라, 한치의 빈틈도 주지 말라 등에서 완벽함을 강조하거나 빈틈을 주지 말라는 의미로 사용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호래기의 어원은 개안아목 매오징어과의 매오징어(Watasaenia scinitillana)의 우리말 이름인 호리기에서 유래되지 않았나 싶다(그림4). 호리기는 송골매라는 뜻을 가지고 있으며, 매오징어과에 속하는 오징어들이 매발톱과 유사한 갈고리를 가지고 있어 붙여진 것으로 생각된다.

호리기가 호래기로 또는 호레기로 음이 변하였을 뿐만 아니라 종도 매오징어에서 소형꼴뚜기류를 지칭하는 것으로 변화되었다. 이는 호리기인 매오징어는 동해안에서만 어획되고, 또한 호리기와 소형꼴뚜기들과 같이 어획되기 때문에 종을 구분하기 어려워 그냥 통틀어 호래기로 불리워진 것으로 생각된다.

이렇다보니 다른 지방에서는 자연히 소형꼴뚜기류를 호래기로 부르게 되었으며, 갑오징어 중 갑이 없고 소형 갑오징어인 귀오징어류(Sepiolidae)도 호래기로 부르게 된 것이다(그림 5). 최근 들어 호래기라 하면 소형꼴뚜기류를 지칭하는 것이 보편화된 것은 소형꼴뚜기류가 우리나라 전 연안에서 쉽게 찾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한치는 일반적으로 회로 먹거나 말려서 건(乾)한치로 많이 이용되는 반면 호래기는 주로 젓갈로 이용되거나 음식점 등에서 아주 가끔은 주 메뉴가 나오기 전 에피타이저(appetizer)로 통째로 삶아서 제공되기도 한다. 이처럼 한치는 주메뉴로, 호래기는 에피타이저로 이용되듯이 밤낚시의 경우도 한치는 한치를 잡을 목적으로 낚시하지만 호래기는 밤낚시하다 보면 운이 좋으면 잡을 수 있는 종이다.

  한치는 제주도의 대표적인 수산물이다. 따라서 제주도에선 여름밤(7-8월) 한치잡이 축제뿐만 아니라 한치 밤 낚시라는 체험여행 등 다양한 볼거리와 할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호래기는 밤낚시꾼들이 로또 복권 당첨되듯이 뜻하지 않게 많이 어획되어 우리들에게 즐거움을 안겨주는 종이다.

작년 겨울 마산시 구사면 방파제에서 많이 잡혀 낚시꾼들에게 즐거움을 안겨준 호래기는 반원니꼴뚜기이다. 이처럼 호래기는 있는 듯하면서도 없고, 없는 듯 하면서도 있으며, 쉽게 볼 수 있을 것 같으면서도 찾아보기 어려운 그런 종이다.

  이 처럼 한치와 호래기는 우리 생활 주변에서 먹거리뿐만 아니라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며, 우리에게 삶의 여유와 낭만을 느낄 수 있게 해주는 수산생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