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힘겹게 일어나 힘겹게 일하고 힘겹게 돌아와
무뚝뚝한 당신께서 우리를 사랑하는 줄 모르는 때가 많다

그래서 간만에 걸친 소주 한잔에 거나해진 퇴근길의 아버지를
우리는 슬그머니 방에 들어가버리는 것으로 맞이한다.

술에 취한 김에 자식들에게 애정표현도 해보고 싶을 법한데
미리부터 거부해버리니 술에 취한 자신이 더 초라해지지 않을 수 있으랴.
가끔 부리시는 그 주사는, 가족들에게 날 좀 보아달라고 부리는 투정에 가깝기도 하다.

눈을 감고 생각해보자, 아버지에게도 '한때'가 있었을 것이다
동네를 휩쓸며 골목대장 노릇을 했던 코흘리개 시절도 있었을 것이고
좀 더 커서는 풋사랑의 열병을 앓는 까까머리 중고생 시절도 있었을 것이다
더 자라서는 장발에 스카프를 두르고, 기타를 치며 낭만을 노래한 청년 시절도 보인다.

무엇이든 될 수 있었던 그때를 뒤로 하고, 지금 우리네 많은 아버지들은
출근하고, 일과 씨름하고, 소주 한잔으로 허기진 맘을 달래고,
집으로 돌아와 살림 걱정에 신세한탄을 늘어놓는 아내와
방에 틀어박혀 있는 자식들과 마주하게 된다.

무엇이든 될 수 있을 줄 알았던 그 시절은 어디로 가고
무자비한 현실이 눈 앞에 자리하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에 치이고 씨름하고 무미건조한 일상을
반복하는 이유는 바로 가족을 '사랑'하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면 자식들을 하나 둘 장성해서 곁을 떠나가고
조금은 여유를 즐길 수 있게 될 무렵이 되면
아버지의 머리에는 서릿발이 내려앉기 시작하고
산악과도 같이 단단했던 어깨가 조금씩 무너지기 시작한다.

이십여년이 넘도록 지고 걸어온 자식들의 무게가
덜어지고 나서야, 아버지는 마음 편히 늙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아버지는, 우뚝 서서 두 팔을 벌리고
당신이 맞을지도 모르는 비바람을 대신 막아내고 있는 사람이다.
또한 그 고통 때문에 언제 스러져도 이상하지 않은 사람이다.

굳이 입 밖으로 꺼내는 것이 쑥스럽다면
당신의 그 마음을 편지지에 정성들여 옮긴 다음
아버지께서 즐겨입으시는 윗옷 안주머니에 슬그머니 넣어두라

편지를 읽고 나면 자식! 하며 한대 툭 치시던지,
쓸데없는 짓한다며 핀잔하실 수도 있다
허나 그 때문에 섭섭해 하지 말라

당신의 그 편지는 닳고 닳을만큼 읽힌 후에,
안방의 장롱 깊숙한 어딘가에 보물처럼 간직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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