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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욕탕에서 엄청난 쪽팔림을 당한 다음날...

느닷없이 울리는 초인종 소리에 너무나 놀라 잠에서 깨었다.

도대체 누구일까? 누가 초인종을 눌렀을까!!?

혹시.....

빈집을 털기 위해서 지금 사람이 있나 확인 하려는

무시무시한 강력 범죄자들의 소행이 아닐까???

어렸을때 한번 우리집 금송아지-_-;가 없어진 경험이 있던 나로써는

적잖이 당황하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지금 밖으로 나가면...

분명히 그 도둑놈은 아무도 없으리라 예상을 하고

담을 넘고 있던 중일 것이다.

그 도둑놈은 아무도 없는 줄 알던 집에서

느닷없이 현관문을 열고 나오는 나를 보더니

자기도 모르게 팔뚝만한 칼을 꺼집어 내어...

푹푹;;;; 크어어억..


어제 너무 고통스러운 경험을 해서 일까.

정말이지 아침부터 재수없는 상상에 이불속에서 버르버르 떨고 있었던

나였었다...-_-;


미자 "누구세요?"


우어어어어, 다행이도 미자누나가 있었구나..ㅡㅜ


"열쇠고치러 왔는데요~~"


한 50세는 넘어 보이는 듯한 하얀머리가 띄엄띄엄 자라 있는

어느 아저씨가 현관문을 열고 들어왔다. 꼴을 보아하니..

도둑놈 같지는 않은게 안심이 되더라..ㅡㅡ;

다시 한번 알고보니, 어제 목욕탕 문-_-때문에 수리를 하러 온 아저씨였다.


아저씨가 문을 고치고 있는 사이..

나는 부시시한 모습으로 거실로 나와 미자누나에게

말을 걸었다.


하숙생 "저기 누나. 누나 문 고장난거 알고 있었어요?"

미자누나 "어 알았는데.....?"

하숙생 "헉, 누나는 알고 있었어요?? 어떻케요?"

미자누나 "어제 내가 말 안했어?? 어제 말하고 나갔는데??"

하숙생 "어,,언제요?"

미자누나 "어제 아침에 나가면서 '화장실 문 안잠기니 처신 잘할 것!' 이라고

방송하면서 나갔는데???"


으어억 이럴수가.

어제 11시까지 늦잠을 푹 자고 있었는데 나를 깨운 목소리의 주인공은

미자누나였었다. 직접적으로 깨우진 않았지만 어지간히 큰 목소리에

잠에서 깬 것이였는데, 그게 바로 미자누나가 말한

그것이었다니....... 그때 정신만 제대로 차리고 있었어도

이런 봉변은 안당했을 텐데 말이다....ㅡ.ㅜ


미자누나 "왜? 무슨일 있었어??"

하숙생 "으....그,그런게 있어요...으으으으..."

미자누나 "왜!! 몬데? 혹시 너 DDR하고 있었는데 ..애들 들어왔니??"

하숙생 "..........."


말안하고 가만히 있으면 미자누나의 환상적인 상상력으로

점점더 비참해지고 저질스러운 남자가 되어버릴 것 같은 생각에

모든 사실을 말했으나 오히려 역효과였다.


미자누나 "캬하하하하하하하하"


어찌나 웃어 재끼던지.. 목젖이 다 보일 정도였다-_-;;


그나저나...

한참 전, 은경이가 나에게 했었던 그 이야기가 생각이 났다.


은경 [오빠 미자언니가 오빠 좋아하는거 몰랐어?]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진심으로 미자누나를 이성 이상으로-_-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나름대로 여성다운 여성이라면

*-_-* 므흣

이러면서 왠지 모를 쑥쓰러움을 감추지 못했으며

그녀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시간도 갖아 볼 만 했지만..

지금 목젖을 적나라하게 드리내면서 웃는 미자누나를 본다면

그런 생각 추호도 들지 않을 것이다-_-;

그냥 .....아무일도 없듯이....못들은 척......

미자누나와 이 상태, 이 관계 유지하면서 지내는 것이 훨 낫다는 생각을 했다.


어짜피 고민하고 고통스러워 하는 사람은 내가 아니니깐...ㅡㅡ;;



이 시점에서 내가 고민해야 될 것은

은경이와의 관계였다.


어제 온갖 쌍시옷을 쓰며 얼굴이 혈안이 되어 은경이를 욕했는데..

미안하고 는 둘째치고, 은경이가 너무 재수-_-없는 것이었다.

비록 하숙집에서 가장 친한 관계였다고는 하지만

도저히 참을 수 없는 내 존재의 가벼움때문에

그녀가 미워 죽겠는 것이다.

분명히 내 성격으로는 그녀와 마주치면......

"쌩......."

할것이 분명했는데,,,

나는 그 "쌩...." 해야하는 분위기가 싫다;


즉, 은경이가 집에 들어오던 말던 무시하면 그만인게 아니라

그 '무시'를 해야만 하는 상황이 너무 싫은 것이다-_-

무시를 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마인드 컨트롤이 필요한 것이다.

적어도 내가 단단히 화났다는 것을 온몸으로~ 보여주기 위해서

당장 그날 실행하기로 했다.


나는 무조건 은경이가 오기를 죽치고 기다렸다.

내 방에 있다가도 누가 들어오는 인기척이 들리면

곧바로 거실로 나가 티비를 켰다.

티비를 보다가 은경이가 들어오면 조용히 무시를 하면서

내 방으로 들어가야지......-_-



완전히 엎드려 절받기 수준-_-이었지만

그렇게 해서라도 나의 열받음을 그녀에게 다시 한번 보여줘야만 했다.


결국 은경이는 들어왔고...

은경이는 나를 보자마자 얼굴을 밝히면서 어제 일에 대한

표정으로 사과를 하려는 듯 했으나 나는.....


"쌩......." ( -_-)


하면서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그녀가 민망해 하는 표정이 내 귀를 간지럽혔다-_-

좋은 방법은 아니지만, 이럴 수 밖에 없었다.


...은경아 너는 나를 너무 가볍게 보아만 왔어.


이런식으로 은경이에게 나의 화남을 각인 시켜 주는건 단 하루가 아니었다.

아침에 매번 학교에 같이 출퇴근-_-했었던 일상과 달리

나는 혼자 일어나 무심히 학교에 가 버렸다.

항상 늦잠자던 은경이를 깨우고 지각을 안하도록 도와준 장본인이

나였었는데.. 맨날 깨우던 내가 안깨우고 그냥 가버렸으니

은경이는 얼마나 나한데 미안해 할까.


남자로써 너무 얍삽하고 치사한 부분이 없진 않았지만..

워낙에 단순파였던 나는 최선의 방법이 이것 뿐이라는 생각이었다.

그러다가 언젠가 "은경아 안녕^^" 이러며 인사를 하면

은경이는 내가 화를 풀었다는 생각에 얼마나 기뻐할까.

그리곤 다시는 나한데 그런 심한 장난은 안치겠지........



하지만......

이런건 단지 상상에 불과 했다.

인간관계가 이렇게 예측대로 이루어진다면 얼마나 편할까.

하루, 이틀씩 서로의 안면을 무시하고 지내자...

어느날 부터는

오히려 아는체를 하는것이 더 어색하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었다.


맨날 쌩까-_-다가 느닷없이 인사를 하면

얼마나 어색한 것인가.


....그렇게 나도 모르게..

은경이와 멀어져 갔고...

이제는 밥먹을 때 조차... 같이 먹는 다는 것이 더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래도 나는 세디스트-_-인가 보다.

슬픔을 즐기려는 그런 변태-_-



하지만 이런 관계도 얼마 가지 않았다.

목욕탕 사건-_-이 있고, 은경이와 안면을 마주치지 않은 지 1주일이 넘은

시점이었을까??


하숙생활 보다 학교생활에 더 적응을 하게 된 나는

(은경이와 사이가 멀어지니 하숙집과도 자연스레 멀어졌다)

태영이 이외의 친구 추천으로-_-

S 간호대학교와 미팅을 나가게 되었다-_-^

여기서 주요시할 관점은, 드디어 하숙생이가 태영이 이외의 친구들과

나름대로 친해지게 되었다는 것이다. 주르...


그 녀석덕분에 나간 3:3 미팅은

대학로에서 돈없는 자들의 유일한 안식처인

[캠브리지]에서 이루어졌다-_-;;

(이 술집은 서울권 대학생이라면 한번쯤은 가보았을 곳이다;;)


태어나서 미팅은 진심으로 두번째였다-_-

재수할때 이미 대학생으로 속이고-_-나갔었는데

미팅할때 정말 기분 찝찝한 점은

미팅 다 치르고 난 뒤에 돈 계산할 때이다-_-;

당연히 남자들이 돈을 내야 된다는데...

나는 그 고정관념이 맘에 안들어서 다시는 미팅 안하려 했으나

궁하니깐.......-_-a


나름대로 어여쁜 여성분들 속에서 나의 텔렌트질과

말빨은 어느정도 발휘되어, 인기를 한몸에 끌었다-_-+

여성들과 같이 잠도 잤던 몸-_-인데.. 이깟 여자들과의 대화가

별개 있겠느냐? 라는 생각으로 자연스럽게 행동한 것들이

어느순간 여자들의 시선을 한몸에 받고 있었다!


.....는 내 혼자만의 생각이고-_-;


적당히 술마시고 한창 절정분위기로 다가가는게

왠지 오늘은 좋은 결과가 있을 것만 같은 행복감에 빠져들고 있었을 때였다.


그때.

나의 시선에 들어온 한명의 여자는......


은경이였다.

은경이는 동아리 덩어리들과 함께 술집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솔직히 은경이가 왔던 말던 내가 노는 것과는 무슨관련이겠느냐

하실지도 모르겠으나, 문제는

은경이와 눈을 마주쳤다는 것이다.


어색하게 표정에 경련이 일어났고...

내 머릿속은 순간 소용돌이가 치기 시작했다.

우선, 미팅자리에서 은경이를 만났다는 것에 쪽팔렸-_-;;지만

은경이는 나와 눈이 마주치지마자...

'정말 끝까지 이런식이야?' 라는 식의 표정을 짓더니

고개를 조용히 떨구고 술자리에 앉은 것이었다.


하필.. 은경이는 나의 모든 모습을 볼 수 있는

대각선의 위치에 있어서 나 또한 조금만 고개를 돌려도

은경이가 몇잔의 술을 마셨는지 알 수 있을 정도였다.


나도 정말 이기적인 놈인게..

나때문에 은경이가 힘들어 할 줄도 모르면서 그렇게 은경이와

얼굴조차 마주치지 않으려 했다.

더 잔인한 것은..

은경이 술집에서 마주친 순간 반가워했다는 것이었다.

그동안 은경이를 피해다녔다는 사실도 망각하고

나 혼자 즐길 걸 즐기면서 은경이를 보자마자

반가운 기분이 들었다는 내 자신이 어찌나 징그럽고 재수가 없었던지..


담배는 피우려고 하지 않았건만..

미팅자리에 나온 친구들은 갑자가 표정이 어두워진 나를 보고

왜그러냐고 그럴 뿐이었다.


거의 1시간 정도를 혼자 끙끙거리면서 고민하고 있었을까?

마지막 담배에 불을 붙이려는 순간.

미팅에 나온 S간호대 여자들은 시선이 내 옆쪽으로 순간

집중되었다는 걸 느꼈다.

그녀들의 시선을 따라 나도 고개를 돌리자 내 옆에서

비틀거리며 서서, 나를 째려보고 있던 건



은경이였다.

입술을 부들부들 떨며 그녀는 나를 향해 소리 질렀다.







"야!! 하숙생!! 너 진짜 개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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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명의 남자와...4명의 여자와의 만남은..
필연이다..
<하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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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나 드라마에서 보면 한을 품은 여자가 욕을 퍼붓곤

그 상대방에게 구싸대기-_-를 날리거나 물컵의 물을

확 열굴에 끼얹는 광경을 많이 보아오던 나였던 지라...

은경이의 행동이나 표정을 보곤, 곧장 드라마와 같은 현실이

내가 다가올 것이라는 불안감에, 잠시나마 몸을 우쭐거리고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_-;


하지만 현실은 현실이다...

은경이는 나에게 욕설을 퍼붓곤..

다시 제 자리로 돌아갔다. 괜히 영화나 드라마 생각했다가

정말로 얻어 맞는 줄 알고 놀라 눈물이 날 지경이였다.

그리고 입이 반쯤 벌어진 상태에서 딱 "얼음" 하고 있는 상태가 되었다.


친구 "야.. 여자친구냐? 너 여자친구 있었냐?"

하숙생"...-_-"

여자애들 "어머어머..여자친구인가봐.. 여자친구 있는데도 미팅 나온거야?
어머어머어머어머 양다리의 피해자가 될 뻔했네..중얼중얼중얼..."

하숙생"....-_-;"


지들끼리 마음대로 상상하는 분위기가 연출 되면 해명을 해야 되는

상황이 마련이 되어야지만.. 나는 너무나 황당하여 정말이지 약 30초간은

그 상대로 가만히 있었다. 그렇게 있자.. 나름대로 한성깔 하는 내 친구녀석이

나를 툭툭치며 밖으로 나오라고 제촉했다.

나는 고개를 흔들어 정신을 차린 후-_-; 그놈에게 끌려나가듯 싶이

계단으로 나갔다. 그녀석은 짜증을 내며 말했다.


친구 "야. 너 뭐야! 너때문에 분위기 엿같아 졌잖어..-_- 여자친구 맞냐?"

하숙생"어? 여자친구?"

친구 "그래 임마! 여자애들 지금 2차도 안갈 분위기여! 1차값은 우리가 내면
완전 깡 손해잖어-_- 빨리 해명해 임마!"

하숙생"..그..그냐? 쿨럭. 여자친구 아녀-_-;"

친구 "그래?(갑자기 표정이 밝아지더니) 야 그럼 빨리 해명해라.
나는 말이다. 저기 머리 파마한애가 진짜 맘애든다. 아까부터
눈마주치는 순간마다 가슴이 찌릿하는게.. 잘될것 같다. 캬하하"

하숙생"지랄..."


결국 마음에도 없이, 분위기 전환을 위해서 그녀들에게 해명을 해야 했다.

핑계거리가 생기지 않아-_- 모르는 사람인데 술에 취한 것 같다는 말 밖에

할 수가 없었다..-_-;

다행스럽게도 다시 분위기는 업!, 참으로 단순한 사람들과 단순한 분위기다.

다시 업된 분위기에 휩쓸려 어떻게 여자한명 건져 보려 했지만..

대각선위치에 있는 은경이가 신경이 쓰여 도저히 그녀들과 대화의 진전이

나가질 않는 것이다..-_-; 빨리 이곳을 나가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


친구 "야~~! 3000 더 시킬까?"


으어어어엉 나는 빨리 나가고 싶은데..왜 더 시키구 지롤들이야;;

어짜피 술값은 남자들이 낼 것에 부담이 없던 여자들인지

서로 오케이! 하며 술을 더 시키는데 찬성하는 여념이 없었다.


나도 그렇게 다시 술마시는 분위기에 맞짱 뜨려는데...

젠장할, 은경이가 또 나에게 오는 것이다.

아까보다 더 비틀 거리는게, 은경이 앞에 있는 소주 3병이

다 은경이에 의해 비워진 듯 했다-_-;


은경 "야!! 하숙생!!! 너 어쩜 그럴 수 있냐?!! 엉?"


또 이런다-_-;

양심상, [누구세효-0-;] 라고 할수 없는 나였던지라..

이번에도 그냥 조용히 있으면 알아서 제 자리로 돌아가겠지..

하는 생각은 내 생각일 뿐이였다.

또다시 여자애들은 수근거리기 시작했고 한성격하는 친구녀석은

급기야 자리에서 일어난다. 얼굴 일그러짐이 뭔가 한마디 하려는 듯했다.

괜히 일만 더 커지게 할까봐 순간 가슴이 두근거렸다.


친구 "저, 저기요. 술에 많이 취하신것 같네요^^ 죄송한데 방해좀 말아주세요-0-"


그,그럼 그렇지 네 녀석은...-_-;

아직 많이 취하지 않은 것 같은 은경이는 친구녀석의 이야기를 듣자

또다시 제자리로 돌아갔다...

많은걸 기대하신 분들께는 죄송한다-_-

은경이의 술버릇은 그다지 나쁘지 않은 편이다.

술주정도 부리지 않고 술마시면 말이 많아지는 것도 아니다.

단지 술상대들은 이걸 각오 해야 한다.

그녀의 오바이트 처리 문제;; 술마시면 그냥 쓰러져 자 버리므로 인한

거취문제등등등 신경쓸게 한두개가 아니다.


다시 돌아간 은경이는 계속 마셨다. 그 은경이 동아리녀석들도 자꾸 은경이가

내쪽으로와 췻기를 부리는 모습에 많이 민망한 표정을 보였지만..

별로 신경 안쓰는 듯, 계속 은경이에게 술잔을 따라주었다.

나쁜녀석들. 괜시리 은경이에의해 고통 받는 나를 생각도 안고

술을 따라주는 그 녀석들에게 화가 나기 시작했다.


술집에서만 몇시간을 보내는 동안 도저히 은경이에게서 시선을 뗄 수가 없었다.

그동안 내가 은경이에게 했던 행동들이 머릿속을 왔다갔다하며

나의 양심을 믿는 다는 듯이 내 가슴을 건드리고 있었다.

아무리 은경이와 사이가 안 좋아졌다고 하더라도 직접적으로 은경이가

이렇게 취하게 된 것에 대해서는 책임을 져야 겠다는 생각이..

췻기에..;; 들긴 들었나 보다.

결국 은경이가 엎드려 고개를 쳐박는 것 까지 보고서야

나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놀라는 내 친구녀석들과 미팅의 그 아가씨들을 뒤로 하고

나는 은경이에게 갔다. 뭐라고 또 소근거리는 소리가 들리긴 했지만..

나도 취할대로 취한 상태였기에... 그냥 막무대기로 은경이에게 간 것이였다.


내가 은경이 옆으로 오자, 뭐냐고 야려보는 덩어리 녀석들.

나도 어이가 없던게, 은경이 쪽으로 오려고 했다면 다음에 일어날 일에 대해서

미리 생각을 해보고 왔었어야 했다. 그냥 왔으니.. 그녀석들이 그냥 왔구나..

하겠느냐 말이다-_-;;

상황 판단을 뒤늦게 하고서야, 은경이 쪽으로 온 사실에 대해서

후회를 하고 있었는데... 천마같은 행운이 나에게 찾아왔다.


덩어리 "어~ 혹시 저번 힙합 공연때 왔던 분 아니세요?"

하숙생 "아! 저번에 S여대 공연이요?네 맞아여"


마치-_- 무명의 연예인이 자기를 알랑 말랑 하는 시민을 두고

'저 무슨 드라마에 나왔었던 누구입니다!'

라고 하자, '아 맞아요! 그 드라마에 나왔었죠?' 라는 대화가

오갈만한 상황과 비슷한 상황이다-_-;


그만큼 나는 이 상황에서 아는 사람이 필요했다-_-;


덩어리 "아; 안녕하세요~ 이런데서 뵙네요~ 어쩐지 은경이가 자꾸 글루
가더니 했더만.."


약간의 황당함이 그 녀석에게 보여 민망하긴 했지만 그래도 지금

그런걸 따질 때가 아니였다.


하숙생 "저기, 은경이 얼마나 마셨어요? 주량 넘은것 같은데.."

덩어리 "글쎄요. 한 4명은 마셨을껄요? 오늘은 일찍 뻗네.."

하숙생 "네,네병;; 근데 은경이 집은 알아요? 얘 어떻게 데려가실려고.."

덩어리 "그러게요. 저희도 은경이가 이렇게 까지 마실 줄 몰랐거든여"

하숙생 ".....ㅡㅡ;"


은경이 뒷처리 문제는 결국 모두 나에게 다 떠넘겨졌다.

구지 내가 이녀석들에게 다가 오지 않았어도, 어짜피 내가 끼어들어야

할 문제가 된 것이다. 나만 미팅나온 녀석들의 눈초리만 받게 생겼다.

우씨...

노래방으로 2차를 가려 했건만 은경이 문제로 갈수 없게 된 날 이해해

달라며 그녀들에게 양해를 구했지만 이미 개판된 미팅이였다.

당연하지, 내가 제일 킹카였는 걸....-_-a


그 덩어리들도 인간으로써 갖출 예의와 기본은 있었던 지라..

은경이가 택시를 탈 수 있게 하기 위해 온갖 방법을 써 대더니

결국 하숙집앞까지 다다랐다. 그때까지 은경이는 빈사상태였다.

아무리 흔들어도 아무리 불러도 깨질 않았다.


하숙집 대문 앞에 턱에 은경이를 앉히고 숨좀 골라야 겠다는

생각으로 담배를 물었다. 은경이가 깨면 들어가야지...

하지만 은경이는 한시간정도가 지나도 깨질 않는 것이였다-_-;

결국 은경이를 몇번 흔들어서야 그녀는 정신을 차리는 듯 했다.


하숙생 "은경아 이제야 정신 차리냐??-0-"

은경 "으음... 여기 어디야... 오빠는 왠일이구.."

하숙생 "설마 술집에서 있었던 일을 기억 못하는 건 아니겠지?"

은경 "...아씨..쪽팔려..."


나는 여기서 궁금했다. 은경이가 나에게 와 욕설을 퍼 부은 것이

제정신 상태에서 그런 건지, 아니면 술에 취해 나를 보고 그런 것인지.

하지만 물어보나마나였다. 은경이는 아니라고 잡아 땠다.

자기의 자존심은 차리기 위해서라도, 나같아도 아니라고 그랬을 것이다.


은경 "휴.... 하여간 고마워.."


은경이와 서로 같이 있다는 것이 너무 오랜만인지라 무슨말을 해야 할지

벌써 다 까먹어 어색한 분위기가 맴돌고 있었는데, 먼저 입을 연건

은경이였다.


하숙생 "흣 고맙지?"

은경 "어..-_-; 그것도 무지;;"


아직 은경이는 혀가 돌아가고 있었다-_-;

목이 마르다 하여 걸어서 2분정도 거리에 있는 편의점에 가 콜라를 사달라는

부탁에 누가 너 잡아갈 것 같아 못가겠다고 맘에도 없는 매너를 보이자..

은경이는 머리를 한번 쓰다듬어 올리더니 비소를 지었다. 콧웃음 말이다;;


나는 솔직히 은경이에게 사과를 하고 싶었다.

물론 몇일 전에 일어났었던 일을 생각하면 당연히 은경이가 사과해야겠지만

나는 그것에 대해 사과를 받을 생각도 안하고 치사하게 도망만 다녔다.

남자로써 치졸한 모습만을 보인 샘이다. 그 덕에 멀쩡한 여자 괜히

맘에 상처만 주고 다녔다. 그것에 대해서 사과할 생각이었다.

어짜피 서로 술도 취했고, 마음이 흐물흐물 한게 사과하기 분위기가 딱이라는

결정하에 망설임 없이 은경이에게 말을 꺼냈다.


하숙생 "은경아 그동안 일부러 너 피한거 미안하다... 솔직히 그때 이후로

나 너무 상처 받아서 너가 싫었었거든.. 근데 너는 그것에 대해서

사과를 했는데도 나는 그걸 받아주지 못하고 피해만 다녔어..

미안허다~!"


그리고선 은경이가 어떤 표정을 지으며 어떻게 반응을 보일지

궁금해 얼굴을 쳐다보았다. 씨이익 입술이 옆으로 퍼지는게 웃는 듯 했다-_-;

다행이다. 사과를 받아줘서..우히히히..


은경 "오빠... 오빠 그거 알어요?"


바보같이 나 혼자 기분이 좋아져 "몬데?"하고 가볍게 받아 쳤다.


나에게 처음으로 진지한 모습을 보인 은경이인줄도 모르고...

나에게 오빠라고 연달아 두번 반복해서 내 존재를 부른것도 처음인 줄도 모르고...

나에게 항상 반말이다가 진지한 일만 있으면 존대를 쓰는 줄도 모르고...


그리고 내 하숙집을 버려야만 했던 그 한마디가 될 줄도 모르고....



"나 오빠 좋아해요"





......................................................................



중간고사 시즌이 다가와봤자 나에겐 자극 요소가 전혀 되질 않았다.

남자라면 꼭 가야 된다는 군대문제가 매번 걸림 돌이다.

여자분들에게는 이해가 안갈 수도 있겠지만 남자들은

군대갔다와서 공부를 하겠다는 마음이 다 한번씩은 하게 마련이다.

친구들 100일 휴가나와서 이야기를 들어보면 오히려 군대가기 전에 공부를

했던 게 후회가 된다고 한다. 군대가면 왜 제대로 놀지 않았는지!!

후회해봤자 이미 자기는 놀고 싶어도 놀 수가 없는 군바리가 되어

고참들의 갈굼을 견뎌야 하는 그런 비참한 현실에 직면하게 된단다..


공부를 안해서 후회가 되는게 아니라...

공부를 해서 후회가 된다니....-_-

조금 이해가 가질 않았지만, 나도 이젠 군대갈 때가 되면 차츰차츰 이해가

되겠지...


그래서 그날도 수업끝나고 여전히 방황하고 있었다.

공부를 하면 군대가서 후회할 것만 같아-_-;

혼자 도서관에가서 책을 끄적거려 보기도 하고 (물론 무협지등 소설책류다-_-;)

전산실에서 혼자 인터넷을 하기도 했다.

태영이 녀석이 수업을 마치려면 아직 2시간이나 남았는데..

그 2시간을 기다리기에는 가을 날씨가 점점더 쌀쌀해져갔다.


이럴때를 대비하여 애인을 사귀어 두는 것이라고 주위에서

말하곤 하지만.. 나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아무 죄 없는 핸드폰만 만지작 거렸다.

은경이의 핸드폰 번호를 띄우고 통화버튼만 누르면

나를 반기는 사람이 수업중이라도 뛰쳐나오겠지 라는 생각을 했지만..


아직 마음이 복잡했다.



은경이와 하숙집에서 친하게 지내면서

이런 생각을 해 봤다.

"남과 여 사이에서는 친구가 존재할 수 없다"

그 말이 친구사이에서 인연으로 바뀐 녀석들 입에서 오르내리는 것을

듣고 있노라면 항상 은경이 생각부터 났다.


"야~ 그말은 진짜 아니다. 나도 친구가 있는데 여자거든? 되게 친해!

서로 고민도 털어 놓고 야한*-_-*이야기도 하고. 남과 여 사이에서는

친구가 존재할 수 있/는/ 법이야!"


라고 호언장담했지만 이젠 그것은 사실이 아니게 되어 버렸다.

근데 또 따지고 보면...;;

아직 은경이와 나 사이가 인연으로 발전된 것이 아니기에 그것도 아니다-_-;

아 복잡해;; 그동안 나의 추리력이 이런 곳에서는 약하게 작용되다니..-_-;


복잡한 심정에 죄없는 담배만 화형당하고...

태영이의 수업을 늦게 끝내는 교수가 원망스러웠다-_-;

그때였을까? 외로운 나를 구제해주기 위해서 존재한다는 듯

내 핸드폰이 사정없이 진동해뎄다.


므흣, 아직 친구들은 나의 존재를 잊지 않았나 보다~ 라는 감탄으로

핸드폰 액정을 보니..

은경이였다.


엊그제 은경이가 고백한 뒤로 아무 생각 없이 지내고 있었는데..

갑작스러운 전화에 긴장이 되어 손이 떨릴 지경이였다-_-;

으... 어떻하나..


────────────────────────────────────




1명의 남자와 ..4명의 여자와의 만남은..
필연이다...
<하숙생>
은경이한데 전화가 왔는데 받을까 말까...

그런데 이렇게 고민할 필요도 없었다. 자연스럽게 받았다.


하숙생 "어~ 은경쓰~ 왠일이야?"


내가 고민을 할 필요가 없다는 이유는 어제 은경이가 무진장 술을 마시고

고백했다는 것에 간주어 생각한 것이다.

은경이의 혀돌아감과 그녀의 정신상태로 보아하니

분명히 술마신 어제일을 오늘 기억도 못할 것이다.

아쉽지만...기억못할 것이다..ㅡㅡ;


은경 "오빠 진~~~짜 실망이다! 어떻게 나를 떼 놓고 학교 갈 수 있어?

정말 너무하다. 이젠 내가 싫어진거야? 어제 그렇게 술좀 취했다고

이젠 아는 척 안하기다 이거지?~~"

하숙생 "어..ㅡㅡ; 아니, 그게 아니구... 삐질.."

은경 "어디야??"

하숙생 "전산실인데..."

은경 "알았어~~~"


내가 말할 기회도 주지 않고 끊어버린 핸드폰.

몇분 뒤 은경이는 나우누리유머란을 끄적거리고 있는 나의 두 눈을 가리더니...

"누구게?" 하는 10년전에 유행하고 남을만한 짓거리를 하고 있었다.


하숙생 "으쪽팔리게~~ 왜그래??"

은경 "어머.. 승질은..."

하숙생 "쿨럭... 왜 왔어??"

은경 "왜라니, 어제 기억 안나??"


허거거거어어어어억!!

결국!!! 은경이는 맨정신에 나에게 고백한 것이었다!!!

이,이럴수가.. 설마 했는데 진짜라니...

은경이 마저 나를 좋아한다니, 이건 너무나도 말도 안되는 상황의 연속이었다.

내가 뭐가 잘났다고, 얼굴 잘생기고 성격 좋은 것 빼고는 도무지

빼어난 부분이 없는 내가 왜 이렇게 여자들에게 환대를 받아야 되는가???

은경이는 어제 자기가 고백한 것에 대해서 대답을 듣기 위해

나를 만나려는 것이 분명했다.


하숙생 "저기...난.."

은경 "내 CDP 돌려줘야지? 가져왔어??"

하숙생 "ㅡ,.ㅡ"

은경 "안가져왔어??"

하숙생 "어, 안가져 왔어."

은경 "아 정말! 짜증나!! 나 오늘 수업시간에 들어야 된단말야!!

정말 오빠 너무 한다!! 진짜 실망이야!! 지금 얼릉 하숙집 가서

가져와!!!"


그럼 그렇지. 너같은 성격의 소유자가 나에게 고백을 했다는 것도 말이 안되지만

했다고 하여도 술김에 내가 키아누리브스 처럼 보이기라도 했나 보지-_-;


하숙생 "아 치사해!! 알았어 가져온다!! 아 짱나!!"

은경 "어, 오빠!!~"

하숙생 "왜 ( -_)+"

은경 "갈필요 없어~~ 케케 그대신 나 술이나 사줘~"



그날... 나는 정말 수업시간 내내 복잡해 지는 머릿속을 헤아리느라

집중을 못했다. 내가 <왜 은경이에게 술을 사 줘야 하는가?>


자, 지금부터 논리적인 방법으로 은경이에게 술을 사줄 수 밖에 없는

상황설정과 그 치밀한 방법에 대해서 설명좀 해보겠다-_-


우선, 분명 은경이는 나에게 CDP를 가져오라고 하지 않았다.

그런데 은경이는 나에게 CDP를 가져 오지 않았다고 성질을 냈으며

결국 나보고 하숙집에서 가져 오라고 하자..

가져오려고 하던 나를 말리며 가지 말라고 했다.


마치 은경이는 나에게 "선심" 쓴 격이 된 것이다.

나는 은경이의 "선심"에 의해서 기분이 좋아졌고

한발 물러선 은경이는 '하숙집에 다시 가서 CDP' 를 가져오는 대신

'술을 사 달라' 고 했다.

나는 하숙집에 돌아가 CDP를 가져오는 것 보다 더 편한

술사기를 선택한 것이였고, 은경이에게 양보할 수 있도록 한

나의 사소한 만족감에 기분이 좋아했다.


그러나 너무 찝찝해 생각을 해 보니...

아무 죄 없는 나는.

은경이의 "일보 후퇴 이보 전진" 전략으로 인하여

괜히 술만 사게 된 것이다.

으어어어어 ㅠㅠ 은경이~~ 개노무 기지배~

나는 그녀의 치밀한 계획에 농락 당해버리고 말았다.

마치

"야!! 나 10만원만줘!!!"

"헉 싫어!! 너무 많어!!"

"그럼 천원만 줘!!"

"그정도야...-_-"

하고 고스란히 천원을 준 그런 심리작용에 지게 된 것이다.


내가 그때 은경이 일을 치밀하게 기억할 수 있던 이유는

위의 생각을 일기장에 써 놓았기 때문이었다-_-;

혼자 위의 법칙에 대한 깨닮음으로 만족했던 나는 위에 은경이와 겪은

설득의 법칙을 일기장에 옮겨놓아 혼자 스스로 만족하곤 했었다.


자,잠깐 말이 자꾸 헛나간다...ㅡㅡ;


학교앞 길건너에 있던 조그만 삼겹살 집에서

은경이와 나는 저녁에 다시 만났다.

간단히 소주 몇잔과 삼겹살 몇개로 포만감에 휩싸였던 나와 은경이.

우리 둘은 누가 의심할 여지도 없이 자연스럽게 하숙집으로

향했다. 다시 말씀드리자면 나와 은경이는 같은 집에서 산다.


조용한 밤거리에 쌀쌀한 기분을 느끼며 걷는 골목길은

두 사람사이에 조금이라도 대화의 공백이 생기면

금방이라도 서먹한 기분이 조성되기에는 딱이였다.

막 수다를 떨다가 잠시 조용해 진 틈을 타...

내가 먼저 말을 걸었다. 도저히 사람과 사람사이에 조용한 건 못참는 나다.


하숙생 "야 너 어제 그렇게 마시고도 괜찮냐??"

은경 "어이구~ 오빠는 내가 술에 약한 모습 봤수?"

하숙생 "참 대단하다~~ 나도 말은 술에 강하다고 하지만 몇잔 못마시는데..."

은경 ".....흠.."

하숙생 "<혼자서> 하핫...ㅡㅡ;"

은경 "근데 오빠~~"

하숙생 "어?"

은경 "어제 내가 오빠한데 한말. 대답안해줘??"

하숙생 "CDP면 하숙집에서 주마~~"

은경 "아니 어제 여기서 내가 했던말......"


걷다 보니 하숙집 앞에 벌써 도착해 있었다.

어제 여기서 은경이는 나에게 좋아한다고 말했었지..

...........


씨바;; 내가 무슨말을 해야되?!


하숙생 "흠..... 나는 아직 너무 어려서...ㅡㅡㅋ"


도저히 분위기에 맞지 않는 말이였지만 나는 정말이지 어색한 분위기는

질색이다. 특히나 여자애들이 이럴때면 나는 다 장난 같이 들린다~

고등학교때도 동아리 후배들이 가끔 이런 장난을 치곤 하는데

미자누나나 은경이나 똑같아 보였다.

무슨 장난 하는 것도 아니고;; 이 여자애들이 나를 만만하게

보아서 그러는지도 모르겠다 라는 생각이 머릿속에 미치자

괜히 짜증이 났다. 그래서;; 얼버부리기 위해서 위와 같은 말을 던진 것이다-_-;


은경 "아유.. 오빠! 나 진심으로 한말이야~~ 못믿겠어??"

하숙생 "헤헷 나도 너 좋아해^-^ 이만큼~~ ^0^/"

은경 "흠.....-_-a 그, 그래? 쩝. 우씨 장난치지 말고!! 진짜라니깐?!"

하숙생 "은경아......"

은경 "응??"


이 상황에서 내가 무슨말을 했을까 여러분들도 한번 추측해 보길 바란다.

자. 정답은 얄짤없이 다음줄에 이어진다-_-;


하숙생 "나에게좀 여유를 줘~ 우선 화장실이 급하단다~"


아 진짜루~ 이렇게 말했다.

물론 속으로는 내심 고민하고 충격적이었지만 나는 절대 내색할 수 없었다.

도무지 나에게있어서는 있을리도 있어서도 안될 일들의 연속이었다.

하숙생이는 그동안 패배주의에 휩싸여 살아왔다.

고등학교시절 짝사랑 선배에게 고백했다가 차인 이유로 __정말 비참하게

차였었다. 누구한데 차여 죽고 싶다는 생각을 처음했었으니까...___

나는 내 자신에 대해서 도무지 믿기를 거부하고 살아왔으며

혹 누구랑 사귀게 된다고 할 지라도 항상 나에 대한 그녀의 사랑을

확인하며 지내다가 결국 제뿔에 여자가 지쳐버려 헤어지게 될 것이라는

비관론적인 상상에 항상 휩싸여 왔다.

그런 나에게 누가 나에게 고백한다는 것은 우스운 일일 뿐이다.

나는 도무지 내 자신을 믿지 못한다.


그날 그렇게 얼부어 버리며 잠을 청했다.

내 자신이 은경이 한데 아무런 감정도 느끼지 못했는데...

차차 사귀면서 좋아하는 감정을 느낀다는 것은 여자에 대한 이야기일뿐.

나에게는 절대 해당이 안될것이라는 또한번의 패배주의적인 상상이 반복되었다.


하지만 다음날 은경이가 나에게 행동하는 모든 것들에 의해서

나는 다시 한번 내 자신을 돌아볼 기회가 생겼다.

물론 긍정적인 쪽으로 말이다.


그당시 까지만 해도 나는 아무런 생각도 없는 무아지경에서

은경이를 받아줄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_-;;

다음날이였을 것이다 아마.

은경이와 같이 학교에 간다는 것이 너무나 어색하여

늦잠자려던 미자누나를 깨우고 학교에 갔었더랬다.

미자누나도 나에 대해 나름대로의 감정을 가지고 이었던 터라

은경이와 아무일도 없음을 더더욱 부각 시키기 위해

자처한 일이였다-_-; 조금 얍삽한 구석이 있던 나 이다.


미자누나를 혼자 도서관에 남겨두고 수업에 들어가려는데

어김없이 나의 핸드폰을 울려준 건 은경이였다.

학교 가운데 잔디밭에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던 나는

그녀가 오자 심히 당황하고 놀랍고 민망하고 쪽팔리지 않을 수 없었다.

은경이는 나를 보자마자 대뜸 손을-_-!!!;;; 잡는 것이였다.


은경 "오빠 가자~~~"

하숙생 "헉...;; 저기...나..."

은경 "( -_-)"


나의 의견도 들을 여지 없다는 듯이, 뭔가 목말라 하듯

나의 손을 덥석 잡는 것에 나는 당황할 기색조차 여유를 주지 않았다.

그녀가 손을 잡자 내 팔은 떡하기 석고상으로 쳐 발라 굳게 해둔 것처럼

쫙 펴진 상태로 얼어 있던 것이었다.

지금시간은 우리과 수업이 시작할 시간인데...ㅡㅡ;

지금시간은 점심시간 전으로써 수많은 학생들이 오가는

캠퍼스의 한 가운데 인데...ㅡㅡ;


은경이와 손잡고 예술대학건물로 가는 내내 식은땀만 한 바가지는 쏟아

부었을 것이다. 그날따라 어찌나 학교 학생들이 많았던지;;

안그래도 쬐그만 학교에서 이러고 다니면 나를 얼마나 쳐다볼까.


근데 생각해보니, 내가 이렇게 창피할 일도 아니었다.

은경과 손잡고 걸어가는 도중, 은경이의 친구만 해도 한 4명은 마주쳤을 것이다.


어떤넘 "어이~~ 은경~~ 수업가냐~~?"

은경 "응^-^ 너는 수업 안가??"

어떤넘 "어, 나도 수업가긴 하는데... (조그맣게) 누구냐??"

은경 "헤헷 내 남자친구~~"


그러면서 뒤돌아 가는 그 친구녀석들의 표정은 한결같이

무표정하면서도 뭔가 말도안된다는 것을 내포한다는 표정들이었다.

나는 순간 망각하고 있었다.

은경이의 친구들은 남자녀석들인데도 얼굴에 분을 칠한 얼굴들.

새끈한 옷차림에 화려한 용모-_-

그래 은경이는 연극영화학과 학생이자 울학교에서 유명한 보컬;;이었다.

은경이의 위력은 내가 수업에 들어가자 발휘된다;


은경이와 손잡은지 몇분이나 되었다고ㅡㅡ; ...

평생 대화도 안해본 녀석들이 한두명 나에게 오더니 말을 거는 것이었다.


오늘처음대화해본놈 "저기~~ 아까 같이 오던사람이 은경씨 아닌가요??"

하 숙 생 "아~~ 응; 맞는데요..ㅡㅡ;"

오늘처음대화해본놈 "네..그렇군요...(뒤돌아서며) 말도안되..."

하 숙 생 "-_-......"


그 대.단.한 은경이와 손을 맞잡으며 학교를 걸어다녔다는 사실에

영광스럽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남들의 어이없어 하는 표정에

기분이 울컥거리기도했다.

그 뭐랄까;; 조금 비참했다고 해야 하나??

하지만 새삼 은경이의 인기를 실감하고는 나도 모르게

은경이와 이렇고 저런 사이가 될 것이라는 것에 어깨가 으슥해 지는 건..

흠... 나도 인간이긴 인간이었나 보다-_-;

이래서 잘난 사람하고 사귀려고 발벗고 나서는 건가 보지-_-a



하지만!!

문제는 이것이 아니었다.

은경이가 보고 싶다고 문자를 보내자 나는 아무생각 없이 그녀의

강의실 문앞까지 왔는데, 은경이는 수업중이었고...

수업중인데도 불구하고 놀러가자는 은경이의 말은 나를 이해가 안가게 했다.


하숙생 "야~~ 너 수업시간이잖어~~"

은경 "상관없어~~ 흣"


그러고선 간 곳이 어디냐면 바로 롯데0드다.

그곳에서 야간 할인 끊고 자유로 드롭만 한 5번은 탔을 것이다.

탈진해서 몸의 기운이 다 빠지려 하자 집에 가자고 하는 은경이가

무서워 보일 따름이었다.


거기서 끝나면 정말 말도 안꺼냈다.

나에게 어울릴 만한 긴남방이 있다며 나를 명동으로 또 끌고 갔다.

갈색의 체크무늬 남방이였다. 나의 기나긴 팔과 수려한 외모에

극히 어울렸.......으면 좋으련만-_- 어울리지도 않는 티를

내 몸에 대 보더니~~ 사준다며 지갑에서 수표한장-_-을 꺼내들고

그 가게를 나왔다.



질질끌렸다고 해야 될 것이다.

하숙집에 도착하기 까지, 마치 개목사리에 끈달린 개 마냥

질질질 끌려다면서 자기가 원하는대로 치장하고 다닌 샘이다.

은경이가 이것저것 사주고 얻어 먹으면서 내가 쓴 돈은

달랑 지하철비였다-_- 지하철비 2400원-_-

하지만 기분은 좋았다.

은경이가 나를 진심으로 좋하하는 가에 대해서..

은경이에 대한 믿음 뿐만이 아니라, 은경라면 나의 그동안 패배주의에서

벗어나게 해줄 수 있을 것이라는 걸 말이다...

하지만.....

.................


이런 은경이와 며칠이나 갔을까....

한달?? 두달??

아니, 나는 1주일도 버티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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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그녀의 신상명세를 알게된 건 정말이지

우연인데다가 생각해보면 너무 황당한일이었다.


내가 아는 그녀들의 세심한 것들은 한계가 있었다.

수업태도가 어떤지에 대해서는 같이 수업을 들어본 적이 없으므로

알 턱이 없었고 사생활 또한 휴대폰을 도청하지 않는 한 알길이 없는건

당연한 것이겠다. 나에 의해 보여지는 그녀의 모습들은...

비록 한 지붕아래 살고 있다고 해서 모두 알아지는 것이 아닌

어쩌면 그녀들도 내 앞에서는 가식적인 모습으로 자신을

방어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한 사람의 사생활을 알게 된다는 것.

가식으로 뒤덮혀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

진정한 내면의 모습을 알게 된다는 건 얼마나 흥미로운 일인가.


우연하게 조그만 몰래 카메라를 구입하여

그녀의 방에 사푼히 숨겨놓고 몰래 컴퓨터 화면을 통해 음미하게 된

그런 경우는 절대 아니다-_-;


이번 이야기는 '그녀'의 부랄 친구-_-가 아닌 이상 모를 사생활에

관한 이야기와 어떤 남자에 관한 이야기다.


구체적으로 어느날인지는 기억이 나질 않지만

해는 뉘엇뉘엇 기울어 가고 골목길 끝에 저녁노을이 화려하게

학업을 마친 후 집으로 돌아가는 나를 맞이하고 있었다.

항상 하숙집에 들어갈때 약 4m옆에 있는 가로등을 보면서...

나중에 은경이나 미자누나 하숙집 들어가면 "어흥!" 하고 놀려줘야겠다

라는 생각을 하곤 했다. 그래서 숨기에 정말 좋은 각도와, 좋은 위치를

파악하고 있었는데..갑자기 그림자 사이로 드러나는...갈색의 구두...


순간 놀라 뒤로 물러섰다.

그리고 온갖 시나리오가 머릿속에 그려졌다.


"아 씨바 저것이 그 유명한 삥뜯는 놈?"
"혹시 칼을 소유한건 아닐까?"
"핸드폰으로 112 신고하면 경찰이 몇분만에 올까"


몇가지 상상으로 온몸이 방어자세로 돌변하면서

굳어 있는-_-데...그녀석이 나에게 말을 건 건

4번째 시나리오를 머릿속에 그려보고 있었던 때였다.


그넘 "저기 이봐!"


헉. 이럴때는 어떻해야 하지? 말 걸 것이라는 건 생각도 못했는데..


하숙생 "(우물쭈물) 네...?"


그리고 그넘입에서 나온 말....


"돈좀 있냐??"


.......는 아니였다-_-;


그넘 "왜 여기서 살지?"


마치, 곤히 잠을 자고 있는 새벽 4시쯤.

얼굴에 두건을 쓴 괴한이 여자의 방을 덥치고

그녀의 입을 막은 후 칼을 대며 하는 소리가...

"너 여기서 왜 자? -_-+"

라고 하는 것과 뭐가 다르랴.

처음에는 그넘이 뭐라고 한 소리인지 몰랐던 나는

오히려 반문했다.


하숙생 "네??"

그넘 "너가 왜 그곳에 들어가냐고!"


너무나 어이가 없어서 입이 벙하니 벌어졌지만 아직 나는 긴장을

늦춘 상태가 아니었기에 당황하는 기색을 보일 수가 없어

그냥 그대로 굳어 있을 수 밖에 없었다.


하숙생 "저. 여기서 사는데요.. 잉.."

그넘 "허거거거걱! 뭐라고?!??"


뭐가 문제인지, 그넘은 나의 말을 듣더니 주머니에서 담배를 한개 꺼낸 후

담배 연기를 깊게 들어마셨다. 연기를 내뿜는 솜씨가 제법 폼좀 났던 게

무언가 사연을 품는 듯한 진지성을 보여주고 있었다.

담배 연기가 가로등 불빛 아래서 흔적없이 흩어지자

그는 전봇대 뒤에서 슬금슬금 나오더니 드디어!! 얼굴을 공개하기 시작했다.


무테안경과 약간의 헝크러진 검은 머리, 검정색 구두와 베이지색 면바지.


...그는 지극하게 평범하게 생긴 동네 아저씨 같은 이미지였다.


그아저씨; "저기 시간좀 있나?"

하숙생 "(긴장을 풀고) 왜여?"

그아저씨; "흠.. 할말이 있어"


너무나도 무뚝뚝한 표정과 매 말투마다 어설픈 발음, 그리고 떨리는

목소리 톤은 오히려 그가 더 긴장하고 있다는 걸 알수 있는 증거들이었다.

나는 거부를 잘 못하는 성격이다-_-; 어짜피 할일도 없는데..

술을 한잔 하자는 그 남자의 부탁에, 안전하게 친구가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버스터미널 근처 호프집으로 향하였다.

어떻게!! 모르는 사람을 이렇게 쉽게 따라갈 수 가 있느냐!!

라고 의문을 품으실지 모르겠지만, 그 사람 너무 불쌍하게 생겼고

금방이라도 자살할 것 같은 그의 염세주의적인 표정-_-에

뭔가 사연이 있을까 하여 따라간 것이었다.

무엇보다도 어찌나 나에게 부탁을 하던지...


술집에 도착하여 무슨말을 꺼내야 할지 머뭇머뭇 거리는 그가 답답하여

먼저 내가 말을 꺼냈다.


하숙생 "저기요. 무슨일 때문에 그런지 차근차근 말씀해 보세요"


길거리에서 울고 있는 어린아이를 달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사람 "흠.. 현주희라고 알지??"

하숙생 "아, 걔요? 네 알아요. 근데 왜요?"

그사람 "같이 동거하나??"

하숙생 "허거거거걱. 무,무슨소리세요??-_-;;"


도무지 상상하기도 힘든 상황을 만들어낸 그 남자가 점점 무서워졌다.


하숙생 "아, 아니에요! 왜 그러신데요!!"

그사람 "자네가 들어가려던 집에 주희씨가 먼저 들어갔어.

동거하는게 아닌가??"


그 사람, 주희를 주희씨;;라고 했다. 이게 뭔가-_-; 이 닭살스러운 느낌은...


하숙생 "저기.. 주희랑은요 같이 사는게 아니구요....머뭇머뭇.."


워낙 내가 여자애들하고 하숙한다는 사실을 비밀로 하고 지내던 터라

해명을 하기 위해서 솔직해지기가 힘들었다. 더우기 처음보는 사람인데..

하지만 무테 안경 사이로 초롱초롱 호기심가득한 순수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는 그를 보니, 까짓것 사실대로 말해봤자 아무 피해없을

것이라는 믿음이 갔다.


하숙생 "같은 집 하숙생인데요..."


그는, 정말이지, 한숨을 크게 쉬며, 다행스러움을 연발했다-_-;;;

입술이 양옆으로 찟어지듯 넓어지는 것으로 보아 분명히 미소를 짓고 있는 것이다.

그러더니 그는 갑자기 자기소개를 하기 시작했다. 뭔가 당당해진 모드로 바뀌었다.

자세한건 글이 또 길어지므로; 안하겠고 결론만 말하자면..


자긴 국문과 다니고 군대갔다오고 이번에 복학했다고 한다.

존경하는 사람은 자기 교수 신0철 교수님인가 뭔가 이고..

시를 쓰고 있다고 한다.-_-;

근데 그런걸 나한데 말해서 뭐에 쓰겠다는 것인가-_-; 하여간

시 쓰는 사람은 생각하는 것과 행동이 조금 특이하다던데

자기소개를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말 하는 것 자체가 참으로 특이했다.


하숙생 "근데요, 주희하고 같이 동거하는지 안하는지 물어볼려고

저 부른것이었어요??"

그남자 "아... 그게...."


아싸!! 왠지 머뭇거리면서 당황스러워 하는게 당신 꼬투리 딱 잡혔다!!


하숙생 "혹시 주희를 좋아하나요??"


분명히 그 남자 얼굴에 생긴 뻘건 불빛은 조명이 아니었다.

그 남자, 얼굴이 점점 홍당무가 되어 가더니 뒤늦게 나온

맥주를 벌컥 벌컥 드리켰다.


그남자 "..............-_-;;;"

하숙생 "캬캬캬캬 주희 좋아하져!! 캬캬캬"


처음 본 사람한테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는 나를 결국 이기지 못하고

그는 자백을 하고야 말았다.

솔직히 나는 주희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이

별로 놀랍지 않았다. 주희는 정말 이쁜 여자였으며 그를 좋아한다는

직,간접적으로 말한 남자만 해도 열 손가락 안에 들었다.

그러나 이쁘면 뭐한가. 냉장고에서 한 10년은 얼려있다 나온 듯한

그 차가움은 같이 살아본 사람 아니면 모를 일이다.


나는 그에게 주희에 대해서 궁금한 것이 없냐며

그의 용기를 북돋아 주었고 주희에 관한 이야기를 안주 삼으며

술을 한 두잔씩 마시게 되었다.

하지만 나는 알고 있다. 아무리 주희에게 어떤 방법을 동원하여 마음을

끌려 한다 할지라도 그녀는 절대 녹아버릴 얼음이 아니라는 걸.

그냥 그 사람에게 '공짜'로 술 얻어 먹으니 물어보는 것 있으면

다 대답해 줘야 겠다는 생각일 뿐이었다.


하지만 나는........


그와 대화를 하면서 티비나 드라마에서나 보아오던

'그걸' 실제로 느끼게 되었다. 내 앞에 있는 그는 '그것'이었던 것이다-_-;



처음에는 대단하다는 생각뿐이었다.


이 남자는 주희를 예술관 앞 건물에서 보았다고 했다. 식당을 갔다가

수업을 듣기 위해 돌아가는 도중 우연히 마주친 그녀의 모습이..

하나의 성모마리아 상 과 같았다는 둥;;어쨌는 둥;; 온갖 미사어구를

사용하는 게 시인답다는 생각을 했다. 하여간 처음 보고선..

그날 하루종일 주희선배만 따라다녔다고 한다..-_-;;

수업시간이 있었으면 그냥 무턱대고 같이 수업을 들었단다-_-;

그날 하루만 수업을 3개나 같이 들었다고... 당근, 자신의 전공수업은

다 빵구를 냈다는 말은 마치, 그 행위가 자신에게 있어서는

"훈장" 이라도 되듯 자랑스럽게 말하더라..ㅡㅡ;


이 부분에서는 "실제 그럴수도 있는 법" 이라 가볍게 간주하였다.

나도 뭐 아름다운 여성이 있으면 따라가고 싶은 충동을 느끼곤 하니깐.

하지만 "전남의 영광군 출신이더군요..." 를 시작으로 해서..

영광군의 B상업고등학교를 거치고 우리 학교에 입학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난 뒤에는..

내 팔에 대패질을 해도 충분할 만한 닭살이 돋았다는 걸 알았다.


하숙생 "그,그런건 어떻게 아셨어요?-_-;;;"

그넘 "흠.. 수소문했지머^^; 그나저나 상업고(정보고)를 나오고

4년재 대학에 입학했다는 건 꽤나 일반적이지 않더군...

보통은 취직하는데 말이야. 알고 봤더니 전교에서 거의 톱을

먹었더라. 수능은 그렇다 쳐도 내신이 1등급이였어"


1등급이였나봐.. 라고 의문형의 말을 했다면 나름대로 추측해볼 만한

사항이겠지만 "이었어!" 라고 확신을 하고 주먹을 불끈 쥐는 것으로 보아

나는 이미 그가 '스토커' 단계까지 왔다는 걸 알아버렸다.

그 뿐만이 아니었다.

키가 164cm였다는건 대충 어림짐작으로 알수도 있는 법이지만

몸무게가 52kg이라는 건, 주희의 팔꿈치 윗살*-_-*과 무릅 위 허벅짓살*-_-*을

본 나 또한 짐작해보기 힘든 부분이었는데, 그는 마치

자기 가족, 아니 자기 부인-_-의 신상내역을 알듯 줄줄줄 입에 달았다.


이쯤 되니.. 아무리 남같이 지낸 주희라 할지라도

조금씩 내 몸 어딘가에서는 '거부'작용이 일어나고 있었다.


하숙생 "근데.. 그렇게 까지 자세히 아시면 대화는 한번 해보지 않았나요?"

그넘 "응 해봤긴 하지..."


진짜로 이건 나도 모르는 것이었는데, 주희는 현재 학교도서관에서

아르바이트 중이란다.

도서관에 갈일이 전.혀 없어던 나였으니 알 턱이 없었다-_-;


책을 빌리면서... 그는 그의 눈을 바라보는게 좋았다고 한다.

하얗다 못해 창백한 그녀의 얼굴과 눈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마치 세상이 자기 것만 같다던 그는 또한번 시를 읇고 있었다-_-;

그러면서 나는 그남자의 표정을 보았다.

아랫입술이 코에 닿을락 말락하면서 주희를 생각하면

만족에 못이겨 흐느끼고 있는 그의 표정을 말이다.

"이책이요!" 라고 책빌릴 때 한 소리가 유일한 대화였다고 한다.

그때 나는 결정했다.


'이건 스토커야. 주희의 신변이 위험해...'


하지만 내가 어떻게 해야할지는 나도 모르는 것이었다.

주희의 젖같은-_-성격을 그넘에게 주우욱 나열해 봤자

얼굴보고 좋아하는 연예인이 사생활이 어떻던 일관적으로 좋아하듯이

그넘 또한 나의 폭로에도 개의치 않고 주희를 계속 쫒아 다닐 것 같았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그는 가방에서 무엇인가를 주섬주섬 꺼내기 시작했다.

노트 두권이었다.


그넘 "저기, 주희씨를 보게 되면 이걸 주희씨한데 전해주게"

하숙생 "이,이게 뭔데요??"

그넘 "주희씨를 본 뒤로 일기를 쓰기 시작했어. 그냥 생각나는대로

나의 모든 마음을 보여주기 위해서 쓰게 된게.. 두권이나 넘더군..."


그넘이 주희를 알게 된지 1달만에...

두권 분량의 글을 썼다는 건 미치지 않고서야 가능하지 않은 일이었다.


그는 그 노트 두권을 주희씨에게 부디 전해달라는 말을 끝으로

술집을 나섰다. 그넘 술값도 안내고 가려고 했던 걸;; 나 돈없다고 암시를 주자

그제서야 술값을 계산했다.



하숙집으로 돌아오면서, 이미 여러가지 생각으로 주희를 보호해야-_-겠다는

결론을 내렸고, 어짜피 주희한데 전해주지도 않고 버릴 노트를 한번 뜯어 봤다.

일일히, 볼펜도 아닌 펜촉으로 쓴 글씨체가

가히 말해 작가의 기질이 있는 녀석의 품세였다.

하지만 내용이야 어찌되었 건 중요하지 않았다. 그 노력이 중요했다-_-

그 노력!! 그 분량!! 어마어마한 시간의 투자!!!

너무 잔인하게 글씨가 깨알스러웠으며

너무 변태스럽게 사랑이라는 단어를 남발했다.

너무 무섭게도 그녀의 일거수 일투족을 적어 놓았었다.



사랑은 집착이 아니다.



다음날

우리과에서 가장 친한 여 학우에게 사연을 모두 이야기 한 후, 부탁을 하니

그녀는 나의 부탁을 당연하게 들어줘야 한다며 조용히 A4용지 한장을 꺼냈다.

그녀는 정말로 잔인하게!! 가혹하게!! 그넘을 거부하는 글을 써댔다.

그리고 그 종이를 딱지접듯 접어, 친구를 통해 국문과 학생에게 전달했고

그 편지를 몇 학번 '그넘' 전해달라고 했다. 그 스토커에게 말이다-_-;


무엇보다도 편지 내용중에서 나를 만족시켰던 문구는...


[처음본 남자가 아는 척을 하거나 인사를 하면 그냥 못본척 하렵니다]


라는 글귀였었다.


나중에 그넘이 주희에게 다가가...

"저기 노트를 읽어보신건가요? 제가 얼마나 노력했고 당신을 사랑하는데요!"

라고 한다면 주희는 분명..

"네? 누구세요?-_-a" 라고 할게 분명하다.

그러면 된거다. 말 그대로

'처음 본 남자가 아는 척 하면 주희는 못 본 척하고 모르는 척' 한 것이다.

그러면서 주희는 아무렇지 않은 일상을 보낸다.



...............................................................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식탁에 앉으니

주희가 방에서 나왔다.

그넘이 진짜로 주희에게 다가가 '거부하는 답장'을 보고 충격을 먹어

해꼬지 했는지는 나도 모른다. 했다고 쳐도 아무것도 모르는 주희는

그냥 일반 빠돌이중 한명이겠지 하고 그러려니 넘겼을 것이다.


주희는 강의에 들으러 갈 준비가 다 되었는지..옷을 매우 깔끔하게 입었고

여전히 기나긴 생머리를 휘날리며 역시나 늦잠을 잔 나를 한심하게 쳐다보았다.

신발을 신으며 주희는 내게 말했다.


"너 진짜. 잘때는 티비 끄고 자. 다시 말하지만 나는 너의 그런 행동을

볼때마다 참 한심해"


........-_-;;

목으로 넘어가려던 밥이, 다시 입밖으로 나오려했다.


주희는 아주 멀쩡하게 생긴 남자, 돈 많은 남자, 머리 좋은 남자가

먼저 다가가 말을 걸어도 "관심없어요" 라고 할 여자다.

백마탄 왕자? 어느 순간 찾아온 꽃미남 같은 남자??

미안하지만 주희에게는 말 그대로 "관심 밖" 이다.


그넘, 아무리 스토커짓을 했다 할 지라도

진정한 스토커라면 주희의 성격을 파악하고

절대 스토커 짓을 하지 말았어야 했다. 결과야 뻔했으니까...



주희야 나한데 고마워 해라.

너가 귀찮아 하는 상황을 내가 대신 커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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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명의 남자와...4명의 여자와의 만남은..
필연이다..
<하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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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낮 지하철 안에서 내가 보고 있는 것은 볼펜으로 빼곡히 적혀 있는

글씨였다. 깨알같이 작은글씨였지만 알아보기가 참 쉬운 깔끔한 글씨였다.

그 종이에 적혀 있는 글씨에 따라, 나는 지금 강남역으로 향하고 있는 중이었다.

하숙생 "야, 근데 이걸 다 어디서 적어온거야...-_-"

은경 "응! 이거 잡지에서 다 적어온거지~ "

10여 군대나 될 법한 장소와 식당 이름. 그렇다.

은경이는 잡지에서 명물이라고 불리는 식당의 이름을 죄다 적어온 듯 하다.

거 여성 젊은 잡지 보면 이런거 있지 않은가. 데이트 코스로 딱 좋은 장소와

식당같은데를 사진과 함께 음식 가격 등등등을 보여주는 것 말이다.

어쨌든 강남으로 향하는 내내 나는 복잡한 심정으로 은경이와의 대화에

집중을 못했다. 일방적으로 말을 하는 쪽은 은경이었지만 정작 나의 귀를 통해

머리를 지나는 대화는 반도 못되었다.

사귀기로 하지도 않았는데, 나는 아직 대답도 안했는데

은경이는 이미 '사귀고 있는 것' 이라고 판단을 했나 보다.

나는 정신을 차리고 은경이에게 말했다.

하숙생 "그,근데 은경아 여기 되게 비싸지 않을까?"

은경 "아유! 걱정마십시오!"

그날 우리가 간 곳은 갈비집이었다.

그냥 평범하기만 한데 왜 이곳에 데이트 코스로 불리는 명물이었을까.

생각을 해보니, 이곳은 강남역에서 한참이나 걸어가야 하는 곳에 있었다.

갈비집까지 가는 그 30분 동안, 이것저것 쇼핑도 하고 데이트를 하라는 의미에서

데이트 코스라고 불리는 것 같다-_-;

밥을 먹는 동안에는 별 걱정 없었으나 밥이 슬슬 줄어들고 고깃양도

슬슬 줄어들자 계산에 대한 압박이 슬슬 몰려왔다-_-

'아씨 남자가 계산해야는데, 이거 지갑에는 달랑 2만원 밖에 없으니...

오늘 은경이 놀려고 작정한 것 같은데, 아흑...'

그렇게 고민을 하면서 밥알 수를 헤아리고 있는데

은경이는 갑자기 화장실에 간다며 일어났다. 그리곤 계산대로 갔다.

아무래도 내가 밥먹고 고민을 할 것이라는 생각을 했나보다.

알아서 먼저 계산을 하고 있는 것이었다.

사귄지 얼마나 되었다고 나의 고통스러운 마음을 벌써 헤아릴 줄 아는가ㅡ.ㅜ

"고마워^-^" 라고 하기도 좀 비굴해서 그냥 조용히-_- 잘 먹었다고

밖으로 나왔다. 알고보니 3만원이 조금 넘게 나왔다.-_-;



하지만 이건 시작에 불과 했다.

밥을 먹자마자 우리가 간 곳은 '나이끼' 였다.

그냥 은경이가 가는 곳을 따라간 나는 시종일관 남자 운동화를 고르는

은경이에게 의아해 하고 있었는데 '오빠! 맘에 드는 거 있음 골라봐!'

라고 할때 부터 알았어야 했다-_-;

숙생 "흠, 이게 멋있는데? 이건 면바지나 청바지에도 잘 어울릴 것 같아"

은경 "그래?"

그리곤 다시 생각하고 고민할 필요도 없이 신발을 들고

계산대로 갔다. 16만원짜리 운동화가 예쁘게 포장이 될때 까지만 해도

아는 사람이 사달라고 해서 사주는 것이겠거니 생각을 했다.

아니면 자기가 신으려고 하는 것일지도 모르는 법이었다.

하지만 그 후 곧바로 간 커피숍에서 나는 놀라지 않을 수 밖에 없었다.

"오빠 ^-^ 오늘이 오빠 생일이라매??"

커헉, 그러고 보니 오늘이 나의 생일이었다!! 9월 17일-_-;

한 1주일 전쯤. 1주일 뒤가 내 생일이구나,생각을 한 뒤로 까먹고-_-있었는데

은경이는 그걸 알고 있던 것이었다. 은경이가 내 생일을 알아줬다는 사실에

나의 감수성을 자극-_-한 것도 잠시,나는 충격에 잠시 몸둘바를 몰라했다.

왜냐면 아까 산 운동화를 테이블 위에서 내 쪽으로 밀어주며 한 은경이의

한마디 때문에 그랬다-_-

"오빠 이거 선물이야~"

보통 이런 비싼 선물을 받으면 기분이 좋아지는건 당연한것이지만

나는 기분이 좋질 않았다. 우선, 진지하게 선물을 주는 은경이에게

보람을 안겨 주기 위해서는 억지로 오바를 하며 '고마워' 그리고 눈물 찔끔거리는

연기를 살작 보여줬지만 무엇보다도 '부담'이라는 것이

내 맘속에 못질을 하고 있었다.

은경이와 '안 사귈 것'이라는 생각을 안해봤다.

이 선물을 받은 그 순간, 은경이가 준 나이끼 운동화는

[사귈지 안사귈지 고민따위는 하지마, 선물까지 받았는데 거부하겠어?]

라며 나를 향해 입을 쩍 벌리고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나는 자연스럽게 그녀와 '당연히' 사귀게 될 수 밖에 없었다.

그게 부담이라면 부담이었다.

"오빠 신어봐 한번!! 언능!!" 이라고 은경이가 제촉하며 조를때는

정말 남자로써 쪽팔림도 느껴졌지만 신어봐야 했다. 이게 바로

있는자와 없는자, 받은 자와 준 자의 차이점이다.

둘다 후자에 속하는 내 자신을 생각하기 괜히 서글퍼 졌다.



그날 간 노래방도,

그날 간 호프집도 죄다~~ 은경이가 냈다.

참으로 카드라는게 대단하다. 긁으면 끝이다-_-

나는 차비 낸게 다였다. 내가 돈을 조금 낼라치면 "우씨 죽을래?"

라며 오히려 화를 낸 건 은경이었지만

[은경이가 돈을 내지 말라며 완강히 부인해서] 돈을 내지 않은 것이기에

안 낸 게 아니라 못낸 샘이 되어 그나마 애써 위로는 되었다-_-;



그날 하숙집에 맥주 몇잔에 알딸딸하게 도착을 하니

모처럼 가족들이 다 모여 있었다.

식사를 하려던 참이였다. 미자누나는 거의 며칠만에 보는 것이었지만

도저히 기연이하고는 마주칠 일이 거의 없었다.

나야 뭐 버스타는 데 익숙해 있었지만 기연이는 거의 택시타는 것이

일상이어서 새벽 3~4시까지 놀다가도 집에 가야된다는 그런 압박감 없이

자연스럽게 택시를 타고 다녔다. 학교 마저도-_- 택시타고 다니는

기연이가 오히려 돈 많은 집안 자식 같은 생각이 들었다-_-

그러니 밤 일찍 자고, 아침 늦게 일어나는 기연이를 보는건

힘든일이었다.



하숙집 사람들에게는 은경이와의 나와의 관계를 비밀로 하자고

서로 합의를 보았기 때문에 하숙집에는 거의 5분간격으로 들어갔다.

먼저 은경이가 하숙집 들어갔고, 나는 담배 한대 피우고 느긋하게 들어갔다.

마치, 불륜을 저지른 두 남녀가 호텔에서 같이 나오지 않는 것 처럼...ㅡㅡ;

같은 하숙집에 살면서 누구와 사귄다는 게 참 재미가 없는 것 같다.

원래 누구와 사귄다면 그 묘미는 서로 헤어지기 싫고 몇분이라도 같이 있으려고

안달하는 것에 있다. 하지만 은경이와 나는, 각자 방에 들어가 잠에 들기 직전까지

전혀 그런 묘미를 맛보지 못했다-_-

둘이 옥상에 올라가 손을 잡고 별을 보며 사랑을 속삭인다면야

그것도 하나의 묘미겠지만 아직까지는 하숙집 사람들에게 비밀을 노출 시킬수는

없었고(둘이 같이 나간다면 조금이라도 의심할것이다)

또 옥상에 단둘이 올라가 사랑을 속삭일 만한 단계까지도 못가고

정말 얽히고 섥히는 복잡한 관계로 진전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건 나중에 언급하겠고...



그날도 밤 12시까지 다 같이 모여 티비를 보고 있었다.

주말 밤인지라 서로 개인적으로 좋은 관계 던 아니 던

윤도현의 러브레터는 꼬오옥 보고 자야된다는 일념은 같았다-_-

기연이는 여전히 밥먹고 어디론가 나갔다.

주희와 은경이 미자누나는 쇼파에 앉아서 편하게 티비를 보는 반면

나는 그녀들 앞에서 쪼그리고 앉아 티비를 보고 있었더랬다.



그렇게 한참을 보고 있었을까?

누구 발가락인지 모르겠지만;; 내 바지를 자꾸 내리는 것이었다-_-

처음에는 발가락이 닿아도 별 신경스지 않았지만

내 바지를 자꾸만 내리려는 누군가의 장난에-_- 어느순간부터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_-

곁눈질로 살짝 보니, 은경이였다-_-

모두들의 눈이 티비를 향하고 있는 틈을 타, 은경이는 나에게

발까락으로 꿈지럭 거리면서 내 추리닝을 거쳐-_- 팬티-_-까지

슬금슬금 내리는 장난을 하게 된 것이다-_-

그런데 나도 인간이기 이전에 남자이거늘.

상대가 은경이였고,은경이는 현재 나와 젊음을 화려하게 누리고 있지 않은가?

그렇게 상대가 은경이라는 것에 '부담'이 없어지자,

나도 모르게 움찔 거리는 묘한 기분에 휩싸이게 되었다.

흠, 뭐랄까 말로 표현 못할 짜릿한 기분이 그녀의 발가락에 의해

음찔거리게 다가오는 것이었다-_-;

귀찮고, 짜증나고, 간지러운것을 떠나 여자의 몸에 의해 느껴지는

묘하고 묘한 그 느낌-_-;

하지만 그녀의 장난을 그냥 계속 하게 되면, 엉덩이의 갈라진 곳 까지-_-

발가락이 들어올 수도 있다는 생각에-_- 조금 쪽팔린 기분이 들고

몸을 옆으로 뺐다-_-



티비 방송이 끝나고 각자 방으로 들어가 잠에 들기 전까지

나는 그것이 초반러쉬-_-일 줄은 상상도 못했다.

벼개에 머리를 붙여 거실의 고요함을 듣고 잠에 들자

뭔가 귀쪽에 뜨끈한 숨결이 느껴지는 것이었다.

나는 일종의 꿈에 의한 착각인줄 알고 계속 잠에 들었으나

뭔가 뭉찍한 것이 팔에 닿자, 잠에서 깨어버렸다.

"야~ 모해! -_-;"

너무 놀랍고 당황스러 몸을 들자

은경이는 자기 입에 손가락을 대고 '쉬~' 하며

"지금 밖에 누구 티비보고 있어. 조용히..."

나를 다시 눕게-_-시키는 것이었다.

너무 황당하고 놀라는 내 모습은 빨라진 심장박동으로 알 수 있었다.

누워있으면서, 앞으로 벌어질 일을 상상하면서

두려움 반, 호기심 반으로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은경이가 몸을 뒤척이는게 금방이라도 날 덥칠-_-것 같은 생각이 들고

괜히 무섭다는 생각에 괜히 다급해지고 식은땀이 흐르고 있었다.

숨소리가 고른게, 잠에 든 것 같기는 하지만 자고 있는지 아닌지

말을 꺼내볼 용기조차 나지 않았다-_-;

다행이(?)도 그날은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이런일이 반복 되자 나는 점점 하숙집 사람들에 대한 죄책감이 들기

시작했다. 워낙에 융통성이 없는 나인지라, 은경이와 같이 만남을 가지면서

손을 잡아야 된다, 뽀뽀를 해야 된다라는 건 나에게 강박관념일 뿐이었다.

그런 내 성격에 사람들이 많은 하숙집에서 불건전하고 부도덕적으로

은경이와 같이 잠을 잔다는 것은 하숙집 불문율을 당연히 깨트리는 행위였다.

다시, 오해하지 말아달라;;여기서 '잔다' 라는 건 단순히 '잔다' 라는 뜻이다-_-;

여하튼, 불문율을 깼다는 것이 언제라도 발각 되면

나는 부도덕한 인간으로 찍힐 테고, 값싸고 좋은 하숙집을 쫒겨나야 되는

극단적인 상황까지 내 몰린다면, 할말 없는 나는

갈곳없는 방랑자로 나의 하숙생활 뿐만이

아니라 학교생활까지 엉망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거기까지 생각이 도다르자,

은경이를 조금씩 피해야-_-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내가 은경이를 조금씩 기피하게 된 것은

밤에 내 방에서 자는 그 행위때문만 인건 절대 아니었다.

단지 결정적인 원인이 되었을 뿐.

무엇보다 은경이에게 실망한 점은, 내 입장을 이해 못하고

자기 방식대로만 행동으로 옮긴다는 것이다.



내방에 들어와 잠을 자게 된 것도 은경이의 일방적인 생각때문에

그런게 된 것이라는 것 도 마찬가지, 아니 일개 부분일 뿐이다.

은경이가 내 방에 들어와서 자는 걸 어떻게 피해야 하나,

문을 잠궈버릴 수도 없고 느닷없이 "너 내 방 오지마" 라고 하기에는 마치

결별선언 같아 은경이가 상처받거나 삐질 것 같고-_-

결국, 몰래 하숙집에 들어와 잠을 자야겠다, 라는 생각을 했지만

일거수 일투족 하루 일상을 같이 하던 은경이인데다가

집이라는 존재가 일상이 끝나고 쉬는 곳이라는 개념이 크므로

몰래 잔다는 건 감히 상상도 못할 일이었다-_-;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고

은경이에 대한 스트레스는 계속 쌓여가고...

그로 인해 거부감만 생기고

사랑이 싹트기는 커녕, 사귀기로 한 이후 실망감과 부담감만 더 커지니

고민과 고민으로 내 머릿속은 복잡함으로 터져버릴 지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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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은 비가 많이 오던 날이었었다.

천둥에 번개까지 학교에서 저녁 먹을 때 까지만 해도 쨍쨍하던 날씨였었는데

어느 순간 먹구름이 몰리더니 갑작스럽게 비가 쏟아 지기 시작했다.

사람들 또한 예상하지 못한일이었는지 손으로 머리를 감싸거나 옷으로

몸을 두루며 비가 안맞는 곳으로 뛰어다니기 시작했다.

아얘 포기를 했는지 그냥 비를 맞으며 걸어다니던 사람도 종종 눈에 들어왔다.

나도 비가 멈추길 기다렸다. 하지만 비는 멈출 생각을 안하고

하늘은 비를 계속, 더더욱 비를 쏟아 붇고 있었다.

결국 밤 늦은 시간이 되서야 어쩔수 없음을 확신하고

빗줄기속으로 나는 뛰어들었다. 이곳 저곳 비가 닿지 않는 곳으로

최대한 몸을 이동시켰으나, 비는 조금의 틈도 주지 않았다.

이미 물속에 한번 들어온 것 처럼 내 몸은 완전히 젖어 있었다.

그때 나는 보았다.



노란 우산을 들고 길을 걸어가던 어느 여자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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