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철에 남해서 알 밴놈 한 마리, 다 올리고 합사 원줄이 팅 해서 놓친 놈 한 마리, 여름에 욕지도 가서 한 마리, 거제 모처에서 호래기만한 놈 두 마리...... 그게 올해 전부였습니다.

남해 세 번, 거제 두 번, 욕지도 한 번.

그다지 많이 간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직장에 얽매이다 보니 쉬운 일은 아니었지요.

거기다 어찌 그리 모든 것이 지금까지도 뒤숭숭한지......

반년이 안되는 동안 참 많은 일들을 보고 참으로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일이 끊임없이 일어났고 지금도 일어나고 있습니다.

- "지옥에서 가장 뜨거운 곳은 도덕적 위기의 시대에 중립을 지키는 자들을 위해 남겨져있다."

- "(전략)... 그 다음엔 가톨릭교도를 숙청했다. 나는 개신교도였으므로 침묵했다.

그 다음엔 나에게 왔다. 그 순간에 이르자, 나서줄 사람이 아무도 남아 있지 않았다."

- "민주주의는 셀프 서비스입니다."

82쿡은 요리에 관심있는 주부들이 모인 사이트이고 소울드레서는 패션에 관심있는 사람들의 모임입니다.

동낚인은 부조리에 맞설 수 있는 사람들이 모인 곳이었...던 것 같습니다.

......

낚시는 취미입니다.

......

어쨌든 수업은 다 마치는 시각에 조퇴내고 땡땡이 쳤습니다.

오랜만에 사진들로 가득찬 기록을 남기려고 순간순간 모두 사진을 찍었습니다.

하지만, pda 폰이 말썽을 부려 사진 넉 장만 살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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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원한 바닷바람은 낚시꾼이라면 마누라보다 좋아하는 것임에 틀림없을 겁니다.

틀림없이 그곳에 그 놈들이 붙었을 것이라고 확신하고 땡땡이 쳐가면서 항구에 겨우겨우 도착한 시각이 3시 40분.

섬에 도착하자마자 필요없는 짐들은 팽개치듯 버려두고 최소한의 짐만 꾸려 등성이를 넘어 포인트에 도착한 것이 4시 조금 지난 시각.

아무도 없는 갯바위에서 첫 캐스팅에 잔뜩 긴장을 하고 저킹을 하였지만 기대와는 달리 에기는 아무런 저항없이 발밑으로 딸려오더군요.

세 번, 네 번......

초가을의 따가운 햇빛은 갯바위를 달구고, 바닷물에 반사된 반사광과 더불어 얼굴을 뜨겁게 달굴 뿐만 아니라 실력없는 낚시꾼의 자신감을 떨어뜨리기에는 충분했습니다.

20분 가량 지나 짙은 갈색 에기를 제일 선호하는 분홍색으로 바꾼 후 드디어 다섯 번 째 캐스팅.

이번에는 앞에 것들과는 조금 더 긴 폴링 시간(70초 가량)을 가진 후 저킹.

"덜컥!"

오징어 특유의 약간의 저항과 더불어 수면에 먹물 자국을 남기며 한 마리 발 앞으로 끌려옵니다.

이후 대략 15분 간격으로 한 마리씩 올라오는 재미가 제법 쏠쏠하였습니다.

역시 수입산 장비가 제 효과를 발휘하더군요.

채비는 에깅 혼용대(전용대가 아닌)에 합사 3호, 쇼크리더 5호, 에기 3.5호였습니다.

장비 제원을 간단히 소개하자면,

[ 장비 사양 ]
- 에깅대 : 헬리우스 1.8m (수입품)
- 원줄 : 합사 3호(수입품)
- 에기 : 야시카와 3.5호 및 기타 (수입품)
- 릴 : 2000번 (수입품)
- 쇼크리더(목줄) : 5호 (유일한 국산)

[장비 가격]
- 에깅대 : 10,000원(릴 합쳐서 만원, 대*낚시 제공)
- 원줄 : 잘 모름(대충 싼 거)
- 에기 : 1,500원(제일 싼 거)
- 릴 : 20,000원(여하튼 싼 거)
- 쇼크리더 : 700원(E-마트 제공)

저 원래 이렇게 사는 놈이니까 태클 걸지 마세요.  ^^;;

6시가 넘어 만조가 가까워 물 흐름이 적어지니 한 시간 가량 입질이 없어지더군요.

혹시나 싶어 중층 이상을 탐색해 봤습니다.

15초 정도 폴링 시킨 후 좌우로 저킹.

또 다시 야무지게 "덜컥!".

이렇게 여차저차하여 갯바위에서 아홉마리를 건진 후 어둑해진 길을 따라 베이스 캠프로 철수를 하였습니다.

(모든 과정이 하나하나 사진에 찍혀 있었는데 아쉽습니다.)

방파제로 돌아와서는 늦은 저녁을 먹기 전에 불 밝혀진 쪽으로 조금 멀리 캐스팅한 후 짐 속에서 충무김밥을 꺼내어 와서 대충 자리 잡고 처박기 카드 채비하고 나서 크릴 달아 담구는 등 대략 3분 정도 딴 짓하다 바닥에 내버려둔 에깅대를 잡고 살짝 튕긴 후 힘차게 저킹을 하는데......

덜커덕!!!

"바닥?  아, 아니구나.  그러면 문어?"

그랬습니다.

한 번도 느껴보지 못했던 묵직함이었습니다.

99% 문어라고 생각하고 꽉 조여둔 스풀이 직직 거리는 것을 무시하고 무식한 채비를 믿는 터라 마구잡이로 감았습니다.

가로등 밑에 드러나는 것은 얼핏 보아도 kg 급이 넘는 놈.

요즘은 보기 힘든 씨알일 뿐만 아니라 제 실력으로 처음 잡아보는 사이즈였습니다.

2kg급도 충분히 들어뽕할 수 있는 장비지만 그래도 조심조심 줄을 잡아 올렸습니다.

그 후로 느긋하게 저녁을 먹으면서 몇 번 더 캐스팅을 해 보았으나 중들물까지 전혀 입질을 받지 못해 마지막 캐스팅에 날아가버린 에기를 뒤로하고 10시경 잠을 청했습니다.

.........

새벽 5시에 맞추어 둔 알람 소리를 듣고 잠을 설핏 깨었다가 뒤척뒤척하기를 20분.

"에이, 그래도 새벽 물때를 노려 봐야지."

작년에는 새벽 물때부터 아침 10시까지 해서 2/3 를 잡았으니 어쨌든 일어나서 한 마리라도 더 보태야겠다는 생각에 채비를 새로 하고 방을 나섰습니다.

해가 뜨기에는 일러 그때까지 불이 켜져있는 새벽 방파제에서 첫 캐스팅 후 수심인 9m 정도 침강했으리라 생각되는 시점(30초 후)에 저킹을 하니 첫 저킹에 바로 만만찮은 저항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역시 kg급.

살림망에 넣어둔 후 방파제에서는 입질이 없어 날이 밝아지기 전에 갯바위로 가서 한참을 흔들어 대었지만 30분 가량 지나도록 입질이 없어 10번 째 정도의 캐스팅에서 발밑까지 온 에기를 들어 올리려는 순간,

"덜컥!"

그 위치에서는 바위에 잘 걸리는 편이라, 0.1초가 안되는 사이에 '바닥이군, 그것도 바위를 걸었군.'하고는 생각,

0.2초 후 습관적으로 에깅대에 힘을 빼는데,

"후두둑"

0.3초 후 순간적으로 다시 힘을 주었지만 그것으로 끝이었습니다.

힘없이 올라온 에기 끝에는 빨판 세 개 만 붙어서 꿈틀거리고 있었습니다.

kg급도 에기에 실린 후에는 그래도 끌려온다는 느낌-해초에 걸린 느낌-을 받는데 놓친 놈은 완전히 바위에 걸린 느낌이었습니다.

놓친 놈이 크다고는 하지만......

정말 아쉬웠습니다.

잡어를 잡다가 바늘이 벗겨져도 그런 아쉬움은 없었습니다.

날물에 많이 잡기는 하였지만 대물급이었을 놈을 놓치고 나니 더 이상 힘이 주어지질 않아 깨끗이 접고 철수를 하였습니다.


해가 있을 때에는 대체로 밝은 색 에기가 잘 듣는 편이었고 해가 진 후에는 어두운 색이 조금 나았다고 할 수 있지만 해 진 후에는 세 마리 밖에 잡질 못 해 해가 진 후의 경향에 대해서는 확신할 수는 없습니다.

몇 가지 유형별로 두 세트 이상씩 에기를 준비하셔서 보나 나은 반응을 보이는 것을 사용하시면 좀 더 나은 조과를 보일 듯 합니다.

다음 번에 두 자리 수 넘기면 그 때는 확실하게 오징어 번개를 치도록 하겠습니다.

내 사진 돌리도.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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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k not what your country can do for you; ask what you can do for your country.

무늬오징어낚시 끊었음. 묻지 마셈. ㅠㅠ

요즘 맘 같아서는 두족류 낚시 전체를 끊고 싶음. ㅠㅠ

나는 당신이 말한 것에 동의하지 않는다. 하지만 나는 당신이 당신의 의견을 말할 권리를 위해서는 죽도록 싸울 것이다 - 볼테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