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만에 지리산비 아우님의 전화 한통이 왔습니다. “형님 뭐하십니까. 오후에 시간 있습니까?” “음. 시간있지.” “그라모 가까운데 잠깐 갔다 오입시더.”
이리하여 가까운 창포만에 가게 되었습니다.
지리한 장마에 날씨는 우중충하지만 바다는 한결 조용했습니다.



출발 전에 오전에 잠깐 낚시 나왔다는 ㅋㄴ님과 연락이 닿아 경비 절약차원에서 선외기 바통 터치 하기로하고 ㅋㄴ님 배 묶어 놓은 자리로 실어달라 하였습니다.



씨알이 잘다는 말씀에 물 칸 속에 2짜 한 마리 넣어 놓고 가셨더군요. 오는 길에 ㅋㄴ님 밑밥 많이 뿌려놓았을테니 밑밥 많이 필요없다 싶어 크릴3장, 파우더 1장만 준비하였습니다.



저의 채비는 반유동 B찌에 수심 5-7m 수시 조절, 지리산비 아우님은 전유동 B찌에 스텔스 달고 목줄 봉돌 하나로 낚시를 시작하였습니다. 허나 한참을 담구어도 입질 한번 없습니다.



고기 엄따. 포인트를 이동하기로 결정하였는데 어디로 가야하나! 그 와중에 며칠 전 동낚의 양치기 소년이 문득 들려준 말이 생각났습니다. “행님. 그짝에 가면 오후 2시에서 4시 사이에는 물때와 관계없이 무조건 고기 나옵니더.” 양치기 소년의 말을 믿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하다가 별로 아는 포인트가 없는 관계로 일단 그짝에로 출발하였습니다.



이동 중에 찍은 겁니다.



저 멀리 돈키호테님의 새 보금자리 아파트가 보이는군요.



4마력짜리 엔진이라 속력이 영 안나옵니다. 요즘 호랙조사님들 저 다리를 많이 지나다니시죠.



포인트에 도착하였는데 물색을 보니 적조띠가 형성되어 있더군요. 이런 상황에 고기가 있을까 의문스러웠지만 양치기 소년의 “무조건 됩니다.”라는 말을 믿어보는 수 밖에....



밑밥좀 뿌리고 낚시 시작입니다. 얼마되지 않은 시간에 지리산비 아우님의 Hit. 초릿대가 휘어집니다. 카메라가 광각이 아니라 휘어지는 초릿대는 안보이고...



“뭐꼬. 뭐꼬. 옆으로 짼다. 고등언가?



아니. 감시입니다.



3짜 초반 사이즈입니다. 여유롭게 뜰채로 마무리를 하고 난 뒤, 사진은 못 찍었지만 그 뒤에 지리산비 아우님이 채비 던져놓고 찌매듭 조절하는데 수심 1m권에서 또 찌를 빨고 들어갑니다. 비슷한 사이즈로 한 마리 더 걸어내었습니다. 야! 감시 밭이다.
얼마 뒤 지리산비 아우님 전화기 울림소리에 “여보세요.” 하는 순간 또 찌가 빨고 들어갑니다.
급한 마음에 “형님 입질왔습니다. 조금 있다가 통화 하입시다.” 하고 슝~ 챔질을 했는데 원줄이 떨어져버리더군요. 이기 무슨 일이고! 도래가 풀려 버린 건지?. 유유히 떠내려가는 찌를 바라볼 수 밖에 없는 건가, 아니면 찌를 주어러 가야되는 건가...



안타까운 마음에 찌를 바라보고 있는데 이번엔 지리산비 아우님이 담가 놓은 볼락 민장대가 갑자기 쑤욱 빨려 들어가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빨려들어간 민장대가 싱크로나이즈드 스위밍을 합니다.



올라왔다 내려왔다를 반복하며 장대가 생쇼를 합니다. 아니 오늘 낚시하는 우리가 생쇼를 하는건지 모르겠습니다.



비싼 장대를 놓칠 수는 없지요. 급하게 시동걸고 낚시대 잡으러 갑니다.



결국 낚시대를 건져 올려보니 이 녀석이 물고 간 겁니다.



이번에도 3짜 초반 사이즈입니다.



그 뒤에 장대는 어장줄에 걸린 것을 챔질하다가 그만 빠지직 4번대가 나가버렸습니다. 견적 만칠천원 떡 사먹고.



그 포인트에서 한참을 시동걸고 돌아다녔으니 소음 진동에 민감한 뜬 감시들이 붙어 있을 리가 없죠. 그 이후로 입질이 없어서 포인트를 이동하기로 하였습니다.



이동 중에 한 컷.



이동한 곳에는 더욱 심한 적조띠가 바다를 덮고 있더군요. 고기는 안되고 날은 저물어 가고...



결국 짙어가는 저녁노을을 뒤로하고 낚시대를 접었습니다.



오늘의 조과는 지리산비 아우님의 3짜 초반 감생이 3마리와 ㅋㄴ님이 두고간 2짜 감생이 한 마리로 마감을 하였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마침 가까운 사람들과의 만남이 있어서 아는 횟집에서 잡은 고기를 장만하여 먹었습니다. 생각보다 육질이 단단하여 제법 맛이 있더군요.



야구본다고.
그건 그렇고 지리산비 아우님과 낚시만 가면 저는 황입니다. 다음부터 같이 가야하나 말아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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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적인 사람은 상대방의 장점을 잘 찾아내며 자신의 단점이 무엇인지 생각할 줄 아는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