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호랙 福 많이 받으세요

Daniel de Jong - Nabillera


동낚인 회원 선후배님들 가족과 함께하는 즐거운 설 명절 되십시요.
모두들 고향 가시고 큰 호응은 없을 것 같지만 남은 분들은 긴 연휴 동안 심심하실 것 같아  호랙소식 올려 드립니다.
올겨울 호랙 시즌도 그럭저럭 끝물을 향해 가는 것 같아 아쉬운 마음이 듭니다. 물때와 기상조건이 딱 맞아떨어지는 날이 몇 일되지 않다 보니 처음 계획했던 것보단 출조 횟수가 많지 않았습니다.
시즌 가기 전에 한번은 더 쿨러 가득 채워와서 "Again 호랙 번개" 를 가지고 싶은 바램 입니다만 그게 가능 할런지 모르겠네요.
암튼 새해에도 백면서생의 "호랙요리 시리즈"는 계속 될 예정입니다. 회원님들의 많은 관심과 지속적인 돌팔매 성원을 부탁드립니다.ㅎ

△호랙 15마리면 초밥 3인분 30개를 만들 수 있습니다.

올 시즌 호랙 낚시는 유독 어려움을 많이 느낍니다.
폭발적으로 늘어난 호랙 낚시 인구에 비해 개체수와 포인트는 현저히 줄었고 남아 있는 호랙들 마저 볼락을 능가하는 예민한 입질을 보이면서 꾼들의 애간장을 태우고 있는 실정입니다.
제가 즐겨 찿는 그곳(?)에서도 넘쳐 나는 호랙 낚시인들의 여파로 예년과는 확연히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단 하루도 방파제가 고요한 상태로 있는 날이 없다 보니 예민할 대로 예민해진 호랙들의 경계심이 극에 달해 예전처럼 케미를 시원하게 끌고 가는 호랙 다운 입질을 찿아 보기가 힘든 실정입니다.
겨우 서너 마리 낚아내고 나면 바닥으로 숨어 버리고 이삭줍기로 두어 마리 보태고 나면 또 어디론가 사라지기 일쑤이고 그나마 최대한 정숙을 유지하며 혼자 조용하게 채비를 던져주면 낱마리나마 나오던 것들도 여러 명이 채비를 동시에 던지게 될 경우, 바늘이 수면에 닿으며 발생하는 "첨벙" 거리는 소음만으로도 금세 자취를 감춰 버리니 요즘 같으면 하룻밤 꼬박 세우고도 50~60마리 낚아 내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 인터넷 조황이나 뜬 소문만을 믿고 비싼 경비 들여 원거리 출조를 감행한다면 수백 마리 대박은 고사하고 쪽박차기 십상이라는 점 참고 하시기 바랍니다.

최근 동낚인 두 분 (붕어꾼님,하얀감시님)과 그곳(?)에서 장장 열 두시간 동안의 악전고투 끝에 낚아온 호랙들(요길클릭)입니다. 그나마 포인트 특성들을 속속들이 꿰고 있었던 탓에 근근히 200 수를 넘길 수 있었습니다.

△호랙 다섯 마리면 맛있는 초밥 1인분 10개를 만들 수 있습니다.

최근 호랙 조황은 그 정도로만 말씀드리구요. 힘들게 낚아온 호랙으로 사진에 있는 맛있는 호랙초밥을 만들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이미 오래전에 숙회로 만든 호랙초밥을 올려드린 기억이 있습니다만, 이번에 만든 회 초밥과는 맛과 땟깔 면에서 비교불가입니다.
그동안 숱하게 많은 호랙 요리를 해봤지만 이번만큼 만족스러운 때도 없었던 것 같습니다.
상단 사진에 있는 3인분 용 초밥 절반 이상을 폭식했던 저희 집사람이 한마디 하더군요.
"오늘 먹은 초밥 맛은 영원히 잊을 수 없을 것 같아요."
잔손이 가기도 하지만 만들어 놓고 보면 수고한 만큼 만족 하시리라 확신합니다.^^

△호랙 초밥 만드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합니다.

가장 먼저 배합 초(단촛물)를 만들어야 합니다.
식초, 설탕, 소금 4:2:1의 비율로(산도가 높은 식초의 경우 물 조금)약한 불에 올려 설탕이 녹을 만큼만 저어 주시고 절대로 센불에 끓게 하지 마시구요. 설탕이 다 녹으면 불을 끄고 식혀 주시길...
전문 일식집이라면 초밥용으로 밥도 따로 짓겠지만 그럴 필요를 못 느낍니다.
그냥 밥통에 있는 평소 먹는 밥이면 충분합니다.
적당히 그릇에 퍼 담아서 배합 초 몇 숟가락 넣고 슥슥 비벼줍니다. 배합 초 넘 많이 넣으면 죽이 되고, 초 맛이 넘 강해 먹기도 부담스럽습니다. 밥 한 공기 기준으로 밥숟가락으로 두 스픈 정도면 무난하지 싶습니다.

1.먼저 적당한 크기의 싱싱한 호랙을 골라서 다리와 내장을 제거하고 깨끗하게 씻어 물기를 닦아내고 껍질을 벗깁니다.
2.양손으로 머리를 잡고 손톱으로 살짝 벗겨 내면 귀와 함께 깨끗하게 껍질이 제거됩니다.
3.아래위 끝을 깜끔하게 잘라서 정리해 주고 질기지 않게 다이아몬드 무늬로 칼집을 내줍니다. (살이 얇으므로 아주 살짝만~) 질긴 걸 좋아하시는 분은 칼집 없이 그냥 해도 무관합니다.
4.세로 방향으로 정확하게 이등분합니다.
5.배합 초 넣고 비벼놓은 초밥을 적당한 크기로 뭉쳐서 와사비 조금 발라줍니다.
6.와사비를 바른 초밥에 호랙회를 얹어주면 호랙 회 초밥 완성입니다.

여태껏 만든 호랙 요리 중 단연 최고의 퀄러티라 자부합니다. 비린내 전혀 없고 적당히 쫄깃하며 맛이 담백해서 생선 회 초밥  싫어하는 아이들이나 여자들도 거부감 없이 먹을 수 있는 명품 요리가 되더군요.
약간의 정성으로 온 가족들에게 사랑 받는 멋진 요리사 아빠가 되어 보시기를..

백면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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