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추의 하늘에 핏빛 바람이 불어 오는구나.  오늘도 얼마나 많은 호랙들이 채 피기도 전에 그들이 펼쳐놓은 천라지망에 이슬과 함께 사라질런지......"

하늘을 원망하는 듯 와부(蝸父) 이장의 목소리가 흐려질 즈음 그의 귀를 산울림인듯 환청인듯 두드리는 전음.

지난 겨울 빙한도에서 폐관수련과도 같은 연성으로 9성의 호랙마공을 완성한, 겉으로는 누가 보더라도 책상물림인듯한 백면의 천리전음이다.

"형님, 이러다간 호랙족의 운명이 위태한 것 아닙니까?  권문세가를 사칭한 자들의 횡포가 너무 심합니다.  이제는 비록 사파라 불리며 잊혀져 가는 처지이기는 하나 나서야 할 때가 된 것 같습니다."

"하늘의 움직임과 땅의 기운을 조금만 더 살펴보며 때를 기다리는 것이 옳지 않겠는가?"

"아닙니다, 그곳으로 가야 합니다.  이제 그곳으로 가야만 그들을 구할 수 있습니다."

"음...... 하지만...... 그래, 그러면 그렇게 하세나.  나도 매일 밤 내 귀를 두드리는 호랙족의 울음소리로 잠을 못이루고 있던 차일세.  자네의 호랙신공과 나의 맥낚신공을 드디어 펼칠 시기가 무르익은 것 같으네."

이렇게 약속한지 두어 시진이 지난 그날 저녁 무렵 철마신공을 펼쳐 누구의 눈에 띄지도 않게 그림자처럼 만난 두 호랙마신의 발걸음은 바로 그곳을 향하고 있었으니......

아, 이제 곧 중원에 불게 될 핏빛 칼바람을 어찌할 것인가.

(다음 편에 계속)

그곳이 어디냐고요?  묻지 마이소.  다칩니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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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k not what your country can do for you; ask what you can do for your country.

무늬오징어낚시 끊었음. 묻지 마셈. ㅠㅠ

요즘 맘 같아서는 두족류 낚시 전체를 끊고 싶음. ㅠㅠ

나는 당신이 말한 것에 동의하지 않는다. 하지만 나는 당신이 당신의 의견을 말할 권리를 위해서는 죽도록 싸울 것이다 - 볼테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