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고 가기에는 시간이 모자라 여유있게(?) 들어갈 수 있는 지심도를 선택했습니다.


막배라 그런지 들어가는 배는 사람이 그다지 많지 않았지만 포인트에는 사람들이 많지 않을까 걱정이 좀 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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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를 보고 포인트를 확인한 후 바람을 피할 수 있는 곳으로 가기 위해 등산을 좀 했습니다.


가다가 후덜거리는 다리 때문에 퍼지기 직전 막걸리에 파전으로 배를 채웠더니 겨우 나머지 길을 걸을만 하더군요.


포인트(지도에는 찬물고랑으로 표기된 곳인 듯) 도착 후 캐스팅하니 바닥 지형이 쪼매 이상합니다.


여하튼 첫 캐스팅에 약간 뜬 곳에서 입질인듯 아닌 듯 약한 입질에 얼떨결에 한 마리 걸고 당기는데 10m 전방에서 얼굴도 안보여주고 탈출하네요.


바로 앞에 여가 있는지 25m 가량 던진 후 두 번 째 저킹부터는 가라앉지를 않고 수초에 걸리다가 10m 전방쯤에서 다시 가라앉는 상황이라 도저히 감을 잡지를 못하고 있는데 추사샘의 독무대가 시작되었습니다.


밑에 사진에 있듯이 그 비싸다는 '야, 맛있다'를 들이대어서인지, 비싼 에기 밑걸림 없애려고 살짝 띄워서인지 여하튼 잠깐 사이에 두 마리를 히트시키더군요.


이게 두 번 째 히트시킨 놈이었을 겁니다.


이 때까지만 해도 좋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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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평양으로 바로 열린 지점이라 그런지 갯바위에 올라오는 파도가 신경에 좀 쓰였습니다.


위쪽에 놔두었던 짐을 가지러 갔다 온 사이 너울이 갯바위를 덮쳤나 봅니다.


전방 20m 쯤에 눈에 익은 쿨러 하나가 둥실둥실 떠다니고 있더군요.


그렇습니다, 싱싱한 무늬 두 마리를 넣어 둔 추사선생님의 쿨러가 너울에 쓸려가 버린 것입니다.


이때부터 공사가 시작된 것입니다.


삽질... 삽질... 포크레인질......


이래저래 해서 제가 겨우 두 마리, 추사선생님은 그 공황 상태에서도 어쨌든 네 마리 더 추가.


회를 먹으려고 했더니 도마는 있는데 칼이 없네요. ㅠㅠ


자정이 넘어가자 기온이 내려가기 시작하는데 제법 춥습디다.


아는 체하는 놈도 없고요.


바람을 피할 수 있는 갯바위 틈새에 짱박혀 잠시 조는 사이 추사선생님은 무늬 한 마리와 문어 한 마리를 더 추가해 놓았다고 하더군요.


하지만, 자정 이후로는 먼동이 틀 때까지 아예 입질조차 없었습니다.


새벽 네 시 쯤 해서 몸이라도 녹일까 싶어 라면을 끓이려고 보니 버너는 있는데 가스가 없습니다. ㅠㅠ


복날 개 떨듯이 떨다가 아침 일곱시 쯤 해서 선착장으로 가서 흔들어 보았지만 옆으로 치는 세찬 바람에 역시 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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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는 아침 물때보고 11시 배 타고 나오려 했지만 8시 30분 배로 철수 후 미련이 남아 많은 마릿수는 아니지만 늘 손맛을 안겨주던 신선대 바위에서 한 시간 가량 흔들어 보았지만 역시 아는 체하는 놈이 없더군요.


섬으로 무늬 사냥 가서 두 마리 해보기는 첨인 것 같습니다.


한 사람은 무늬 담아둔 쿨러 너울에 쓸려 보내고, 한 사람은 꼴방하고, 둘 다 회도 못먹고, 새벽에 주린 배를 채우지도 못하고 끙끙대다가 바람만 새차게 맞고 왔다는 그런 지심도 삽질, 아니 포크레인질 이야기였습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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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k not what your country can do for you; ask what you can do for your country.

무늬오징어낚시 끊었음. 묻지 마셈. ㅠㅠ

요즘 맘 같아서는 두족류 낚시 전체를 끊고 싶음. ㅠㅠ

나는 당신이 말한 것에 동의하지 않는다. 하지만 나는 당신이 당신의 의견을 말할 권리를 위해서는 죽도록 싸울 것이다 - 볼테르